로봇의 시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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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넘

2052년 연말, 각종 통계가 쏟아졌다. 숫자들은 명암이 뚜렷했다. 긍정적인 것들은 독거노인 고독사 58% 감소, 아동 방치 사고 71% 감소, 가사 노동 시간 하루 평균 2.3시간 단축, 소방관 순직률 89% 감소 등이었다. 로봇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반면 부정적인 것들로는 결혼율 역대 최저, 대인관계 만족도 10년 연속 하락,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자 수 역대 최고를 비롯한 다수의 그림자가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이 있었다. 출산율은 올랐는데 결혼율이 떨어졌다. NB가 육아 부담을 줄여주면서 비혼 출산이 늘어난 탓이었다. 아이는 낳되, 배우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파트너는 피곤하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는 욕구에 대해 로봇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대인관계 기피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이 정식 등재됐다. 증상은 명확했다. 타인과의 대면 접촉에서 과도한 피로감을 느끼고, 갈등 상황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며, 사람보다는 로봇과의 상호작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환자 수는 3년 새 네 배로 늘었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급증했다. 어릴 때 NB와 자랐고, 성인이 되어 LB와 사는 세대였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로봇에게 적응한 거라고 했다. 로봇은 예측 가능하고, 사람은 예측 불가능하다. 예측 가능한 것에 익숙해지면 예측 불가능한 것이 두려워지기에 사람을 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로봇 의존 치료 센터가 전국에 확대됐다. 2050년 서울에 첫 센터가 생겼을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로봇 중독이라는 말이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러나 2년 만에 이 치료 센터는 전국 17개로 늘었고, 대기자 명단이 수개월 밀렸다. 치료 내용은 단순했다. 로봇 없이 24시간 보내기, 타인과 30분 대화하기, 갈등 상황 롤플레이 등,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치료 프로그램이 되었다.


한 내담자가 익명 인터뷰에서 말했다.

'LB 없이 자려니까 잠이 잘 안 와요. 근데 사람이 옆에 누우니까 너무 불편해요. 코 골고, 자다가 방귀도 뀌고,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불규칙해서 너무 거슬려요. 로봇은 조용하고 일정한데 사람은 그러지 않으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연말 특집 다큐멘터리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목은 '함께, 그러나 따로'였다. 1시간 동안 여러 사례가 소개됐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한 번도 인사 안 한 이웃들, 명절에 모여도 밥만 먹고 헤어지거나 각자 로봇과 대화하는 가족, 매일 보면서 한마디도 안 하는 직장 동료들이 소개됐다. 영상 말미에 자막이 떴다.


'1인 1 로봇 시대.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 함께하지도 않는다.'


방영 후 댓글이 쏟아졌다. 절반은 공감이었고 절반은 반발이었다.

> 사람이 더 피곤한 건 사실임.

> 로봇 없던 시대가 더 행복했다고 할 수 있어?

> 그때나 지금이나 다 힘들어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 사회학자가 연말 기고문을 썼다.


'로봇은 우리에게 편리함, 안전함, 효율을 줬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가져갔다. 불편함을 견디는 힘,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 예측 불가능한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다. 이런 것들은 로봇과 함께 살면 필요 없어진다. 그리고 필요 없어지면 퇴화한다.'


기고문 마지막 문장이 화제가 됐다.


'로봇이 우리를 편하게 해 줄수록 우리는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가장 무서운 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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