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시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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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넘

2052년 연말, 역설적인 움직임이 생겨났다. 로봇이 보편화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처음에는 소수의 기인들처럼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하나의 흐름이 됐다. 이름은 다양했다. '휴먼 온리', '디지털 디톡스', '아날로그 회귀' 등, 말은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무언가를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서울 연남동 골목에 작은 카페가 생겼다. 간판에는 '아날로그 존'이라고 적혀 있었다. 입구에서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기를 보관함에 맡겨야 했다. 로봇은 당연히 출입 금지였다. 안에서는 조용히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했다. 커피는 바리스타가 핸드드립으로 내렸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 손으로 내리는 커피였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었다. 반년이 지나자 시간제와 예약제로 운영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고 주변에도 아날로그 존 카페가 많이 생겼다.


교육 현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모든 서비스직 아르바이트에 '대면 응대 기초 과정' 이수가 의무화됐다. 8시간짜리 교육이다. 2030년대 초반, 'Gen-Z 응시 현상'에서 비롯된 일부 청년들의 교육 프로그램이 확장된 과정이었다. 로봇과 화면에 익숙해진 세대가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거나, 반대로 눈을 전혀 마주치지 못하는 현상이 보고됐다. 고객들의 불만이 쌓였고, 기업들이 먼저 움직였다.


교육 내용은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눈 맞춤의 적정 시간, 인사하는 법, 불만을 가진 고객 응대법, 미소의 강도 조절 등,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익혔던 것들이 커리큘럼이 됐다. 한 교육 담당자가 말했다.

"로봇은 매뉴얼대로 하면 되지만 사람은 달라요.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순간순간 조절해야 하는데 이걸 배운 적이 없는 세대가 점점 늘어나요."


문화센터 프로그램도 달라졌다. 가장 인기 있는 강좌는 '대화의 기술'과 '갈등 해결 워크숍'이다. 예전에는 요가나 외국어가 1위였지만 지금은 사람과 말하는 법을 배우러 온다. 참가자들은 짝을 지어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듣고, 반박하고, 타협점을 찾는 연습을 한다. 끝나면 악수를 한다. 어색한 행동이지만 필요하다.


한 참가자의 말에 따르면 로봇은 절대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아 편하지만 사람은 다르다고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이 불편하지만, 연습하니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불편한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배운다고 한다.


새로운 여행 상품도 생겼다. '로봇 없이 한 달 살기'라는 상품이다. 시골 마을에서 한 달간 로봇 없이 생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직접 요리하고, 직접 청소하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린다. 불편하고, 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과거 템플 스테이보다 인기가 많아졌다.


도시에서도 비슷한 모임이 생겼다. '로봇 의존 탈출 모임' 줄여서 '로탈'이라는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경험을 나눈다. 로봇 없이 며칠 버텼는지, 뭐가 힘들었는지, 어떻게 이겨냈는지의 경험을 나누는데 금주 모임과 비슷했다. 실제로 다수의 참가자는 '금단 증상이 있다'라고 표현했다. LB 없이 자려니까 잠이 오지 않고 하루만 꺼도 불안하다지만 줄여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모임 운영자는 로봇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의존하지 않는 법을 배우자는 거라고 한다. 도구로 쓰는 건 괜찮지만 도구 없이 못 사는 건 문제이니 그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이 움직임들은 아직 주류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로봇과 살았고, 불편을 감수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아날로그 카페는 전국에 서른 개 남짓이었고, 로봇 없이 한 달 살기는 대기자만 많았지 실제로 완주하는 사람은 절반이 안 됐다. 편한 것을 이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흐름은 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서투르게 대화하고, 갈등을 겪고, 불편을 견디려 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명확히 말하지 못해도, 필요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 작은 저항이지만, 어찌 되었든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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