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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SR7 도입은 예상보다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확산되었다.
2035년 봄, 캘리포니아 산불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구조를 앞세운 SR7은 첫 투입에서 87명을 구했다. 언론은 환호했고 '주지사는 기술이 생명을 구한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 87명이 누구였는지. 더 정확히는, 누가 빠졌는지.
공식 설명은 단순했다.
"실시간 신원 확인으로 가족 통보, 보험 청구, 병상 배정이 원활해집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37년, 사람들은 그 '이름을 밝히는 기술'이 누구를 밝히지 않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다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텍사스 엘 패소, 국경에서 30마일 떨어진 임시 노동자 숙소에 프로판 가스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SR7 두 대가 투입되었다. 첫 번째 구조자가 나왔을 때, 현장 스크린에 정보가 떴다.
[Miguel Rodriguez, 42세, 체류 상태: 미등록]
미겔은 SR7의 구조 암에서 벗어나자마자 도망치려 했다. 다른 이들은 담요로 얼굴을 가리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찾아 로봇의 카메라를 향해 뿌렸다. SR7은 물론 반응하지 않았다. 프로토콜대로 구조를 계속했다. 하지만 모든 데이터는 이미 전송되고 있었다.
2일 후, 한 병원에서 미겔은 2도 화상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병실 문이 열렸다. ICE 요원 두 명이 들어왔다.
"SR7 구조 로그에 따라 신원이 확인되셨습니다. 퇴원 즉시 이민 심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같은 병동의 다른 환자 넷도 같은 통보를 받았다. 구조된 건 몸이었고, 그 직후에 구속된 건 신분이었다.
ACLU(미국시민자유연맹)가 즉각 대응했다.
"이것은 수정헌법 4조 위반입니다. 구조 활동은 수색영장 없는 신원 조회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반박했다.
"공공 안전을 위한 정당한 행정 조치입니다. SR7은 구조 로봇이지, 수사 장비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며 SR7의 용도는 확대되었다.
2039년 여름, 애리조나 주지사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공공 안전 강화를 위해 주요 시설에 SR7을 배치합니다. 이는 구조 대기가 아닌, 예방적 안전 조치입니다."
피닉스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에 SR7 한 대가 입구에 서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응급상황 대비'였다.
하지만 한 시민이 목격한 것은 달랐다.
"아이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SR7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대합실 사람들을 하나씩 스캔하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레이저가 제 딸 얼굴을 훑고 지나갔어요."
그녀가 찍은 영상은 24시간 만에 200만 뷰를 넘었다. 댓글은 폭발했다.
'구조 로봇이 왜 멀쩡한 사람을 스캔하는가?'
'빅 브라더가 현실이 되었다'
'불법체류자 색출용 아닌가?'
이듬해 LA 재즈 페스티벌에서 시 당국은 '대규모 행사 안전 관리'를 명목으로 SR7 세 대를 배치했다. 축제는 평화로웠다. 그런데 공연이 끝날 무렵, SR7이 동시에 작동했다.
"수배자 검색 모드 활성화"
내부 로그가 유출되었다. SR7은 군중 속에서 연방 수배자 데이터베이스와 실시간 대조를 진행했다. 43,000명을 스캔했고 7명이 매칭되었다. 그중 5명은 경미한 교통 벌금 미납자였다.
시민단체 PrivacyForUs 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재난 구조 로봇에게 구조당하는 게 아니라, 스캔당하고 있었다'며 연일 격렬한 불쾌감과 불만을 표출했다.
각 주에서 사건들이 이어졌다.
아이오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한 여성 노동자는 SR7 로그를 통해 미등록 체류자로 확인되었다. 병원에서 회복 중 ICE에 의해 구금되고 그녀의 어린 두 자녀는 위탁 가정으로 보내졌다.
조지아: 애틀랜타 외곽 창고 화재. 한 남성이 SR7을 보자 더 깊은 곳으로 도망쳤다. 구조대원이 설득했지만 그는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라고 외쳤다. 결국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의식을 잃었고, 강제 구조되었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이미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일리노이: 시카고 참전용사회가 시위를 조직했다. 'My Face Is Mine'. 한 해병대 출신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가 지킨 자유는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싸웠지, 국가의 감시를 받기 위해 싸운 게 아닙니다."
SR7 배치 3년 차, 변화가 시작되었다. 버몬트 주가 먼저 움직였다. 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SR7의 안면인식 기능 사용을 금지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오리건과 매사추세츠가 뒤따랐다.
반면 텍사스, 앨라배마, 애리조나는 SR7 확대 배치법(모든 공공시설에 SR7 상시 배치 허용)을 통과시켰다.
연방 차원의 대응도 갈렸다.
민주당- 수정헌법 4조는 명백하다. 영장 없는 수색은 위헌이다.
공화당- 9/11 이후 최고의 보안 도구를 포기하라는 건가?
국토안보부 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말했다.
"SR7는 2년간 실종자 1,847명을 찾았고, 수배자 445명을 검거했습니다. 효율성과 국민 안전을 위한 필수 기술입니다."
한 시민이 질문했다. "그럼 미등록 체류자는 몇 명이나 체포됐습니까?"
"그 통계는 별도 관리되지 않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SR7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 15개 주는 제한법을 통과시켰고, 20개 주는 확대 사용을 승인했다. 나머지는 관망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벽면에는 이런 그라피티가 있다.
SR robots - 'search & rescue' or 'surveillance & restriction'?
그 아래 누군가 작게 적어놓았다.
'Both. That's the f**king problem.'
기계는 여전히 정확하다. 그러나 그 정확함이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조용히 지우는지, 그 판단은 여전히 기계를 만든 사람들의 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