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3
새벽 세 시, 공장지대의 하늘이 동시에 붉게 물들었다. 세 동의 숙소 건물이 거의 같은 시각에 불길을 올렸다. 노후 전선? 과부하? 처음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사고는 언제나 설명 가능했으니까.
SR7은 정해진 대로 출동했다. 연기를 가르고 들어가, 얼굴을 스캔했다. 화면에 이름이 차례로 떴다.
[장밍(37세, 중국 국적, E-9 비자 만료)]
[응우옌 탄(29세, 베트남 국적, 관광비자 오버스테이)]
[알리 후세인(42세, 방글라데시 국적, D-3 비자 만료)]
이들은 왕리화와 달랐다. 한때는 합법적으로 입국했던 사람들이다. 입국 심사대에서 지문을 찍고, 사진을 남겼던 자들이다. 그래서 SR7은 그들의 이름을 알았다.
구조 팔이 그들을 들어 올릴 때마다 데이터는 자동으로 이민국 서버와 연동됐다.
[체류 상태: 불법]
[위치 정보: 실시간 전송 완료]
[단속 대상자 자동 등록]
구조는 신속했다. 23명 전원 구조 완료. 중상자 7명, 경상자 16명. 모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병원 응급실 앞에는 이미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의료 조치 완료 후 보호 조치 예정입니다."
간호사가 물었다.
"환자들인데요?"
"불법체류자입니다. 치료받을 권리는 보장하지만, 그다음은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중상자들은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회복되는 즉시, 침대 옆에 출국명령서가 놓였다.
"본인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14일 이내 자진 출국해야 합니다. 불응 시 강제 퇴거 조치됩니다."
한 환자가 붕대를 감은 채 물었다.
"가진 게... 다 탔는데요. 여권도, 돈도..."
"임시 여행증명서 발급해 드립니다. 항공료는 본국 대사관에 문의하세요."
사흘 뒤, 소방청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화재 원인: 방화 추정'
보고서는 건조했다.
세 곳 모두에서 촉진제 흔적.
동일한 점화 패턴.
계획적 방화의 명백한 증거.
그러나 다음 문장이 더 중요했다.
용의자: 미상.
수사 이관 - 경찰청 특수수사대
특수수사대는 조용했다. CCTV는 '고장'이었고, 목격자는 '없었다'. 수사는 진전 없이 종결 단계로 향했다.
회의실에서 소방대원 한 명이 주먹을 쥐었다.
"우린 불을 끄러 간 게 아니었습니까?"
선임 대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불을 껐고, 사람을 구했어. 그걸로 충분해."
"하지만 결과적으로..."
"알아. 우리가 덫의 일부가 된 거지. SR7이 구조하면서 동시에 신고하니까."
그날 저녁, 이민국 월간 보고서가 올라왔다.
11월 단속 실적: 전월 대비 340% 증가
AI 연계 단속 시스템 효율성 입증
SR7 정보 제공 건수: 23건 (적중률 100%)
한 고위 관계자가 비공식 브리핑에서 말했다.
"불법체류자 단속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습니다. 이제 그들은 숨을 곳이 없습니다."
기자가 물었다.
"화재는 우연이었습니까?"
"수사 중인 사안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불법체류자 숙소만 세 곳이나..."
"그 이상은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언론은 분열되었다.
'불법체류자 은신처 적발, AI 구조 시스템의 부수적 효과'
'구조가 곧 체포, SR7의 이중적 얼굴'
온라인은 또 양분화 되었다.
'불을 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불에 탄 사람만 처벌받네.'
'그러게 재깍재깍 지들 나라로 꺼질 것이지.'
응급실에서 치료받던 장밍은 링거를 맞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병실 문 앞에는 출입국 직원이 서 있었다.
그가 간호사에게 물었다.
"저는 구조된 건가요, 체포된 건가요?"
간호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한 기자는 기사 말미에 이렇게 썼다.
'불길은 꺼졌지만, 어떤 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그것은 구조의 불인가, 단속의 불인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펴진, 더 큰 불길의 시작인가.'
그날 밤 또 다른 공장 지대에서 연기가 올랐다. 이번엔 카메라가 있었다. 검은 차량 두 대가 새벽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번호판은 가려져 있었다. 10분 후, 불길이 시작되었다.
영상을 본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 영상은 '증거 불충분'으로 폐기되었다.
불은 계속되었다. 구조도 계속되었다. 단속도 계속되었다.
SR7은 묵묵히 작동했다. 프로토콜대로, 정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