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2
왕리화는 아직 숨 쉬고 있었다. 중환자실 창 너머로 흐린 빛이 스며들었고 모니터는 규칙적인 파형을 그리고 있었다. 심장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담당의는 차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글래스고 혼수 척도 4점. 자극 반응 최소. 자발 호흡 없음."
세 번째 뇌파 검사 결과가 나왔다. 미세한 활동이 남아있었지만 의미 있는 의식의 징후는 없었다. 지속적 식물상태. 회복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3% 미만이었다. 진료기록 하단에는 빨간 글씨로 한 줄이 덧붙여졌다.
보호자 없음. 체류 자격 미확인. 응급의료비 지원 한도 초과 예정.
간호사실에서는 조심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중국 대사관 쪽은요?"
"신원 확인이 안 된대. 지문도 데이터베이스에 없고."
"그럼 치료비는..."
"일단 응급의료 기금에서 나가는데, 72시간 후면 한도 초과야. 그다음은..."
말끝을 흐린 간호사가 창문 너머 왕리화를 바라봤다. 인공호흡기가 규칙적으로 그의 가슴을 부풀렸다가 가라앉혔다.
"생명유지장치 유지 결정은 누가 하죠? DNR 동의서도 받을 수 없고."
"병원 윤리위원회로 넘어가겠지. 하지만 결정까지 최소 2주는 걸릴걸."
왕리화는 숨을 쉬었지만, 그 숨을 이어갈 권리는 서류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SR7의 구조 로그가 유출된 건 그다음 날이었다.
한 기술 블로거가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데이터를 분석해 올렸다. 시스템 화면 캡처에는 명확한 기록이 있었다.
[10:47:33] 생체신호 감지
#6 FaceMatch: NULL
우선순위: C급 - 후순위
구조 시작: 최초 감지 후 1시간 47분 (12:34:21)
상태: 구조 당시 - 의식 있음, 호흡 곤란
'왜 구조가 늦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로보코어 대변인은 준비된 답변을 읽었다.
"SR7은 설정된 프로토콜에 따라 신원 확인 가능한 대상을 우선 구조했습니다. 이는 구조 후 의료 연계의 효율성을 위한 것입니다."
"그럼 신원 미확인자는 항상 나중이란 말입니까?"
"모든 생명은 구조 대상입니다. 다만 순서가 있을 뿐입니다."
온라인은 즉시 분열되었다.
첫 번째 댓글: 이야~ 이제 생명에도 등급이 붙음?
두 번째 댓글: 우리 세금으로 운영됨. 당연히 우리가 먼저임
세 번째 댓글: 불법 체류자 꺼져. 짱깨 고 홈.
네 번째 댓글: 그래도 사람인데?
해시태그가 만들어졌다. #1시간47분 #이름없는생존자 #C급인간
한 의료윤리학자가 방송에서 말했다.
"SR7은 왕리화를 '감지'했습니다. 존재를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구조'는 나중이었습니다. 이것은 기술적 차별입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다수를 구해야 합니다. 신원 확인이 빠른 사람을 먼저 구하는 것이 전체 생존율을 높입니다."
정작 왕리화는 이 모든 논쟁을 들을 수 없었다.
주치의는 회진 기록을 남겼다.
11월 12일 오전 10시 중증 저산소성 뇌손상
자발 호흡 없음 - 인공호흡기 의존
동공 반사 미약
경련 없음
예후: 극히 비관적
권고사항: 윤리위원회 심의 요청
그날 오후, 병원 사무장이 중환자실을 찾았다.
"UM-2035-1029-01 환자 건입니다. 응급의료비 지원이 내일 오후 6시에 종료됩니다."
"그다음은요?"
"일반 병실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사무장은 잇지 못했지만 모두가 다음에 나올 말을 알고 있었다.
생명유지장치를 끄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다는 것.
한편 SR7의 공식 구조 보고서에는 여전히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구조 작전 결과: 성공
감지 인원: 6명
구조 완료: 6명
생존율: 100%
누군가 인터넷에 물었다.
'기계는 그를 살렸다고 기록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그의 생명을 이어 줄 의무가 있는가?'
댓글은 357개가 달렸지만 답은 없었다.
왕리화는 거기 있었다. UM-2035-1029-01라는 번호로, 1시간 47분이라는 기록으로, 그리고 곧 소진될 의료비 한도액으로.
그는 숨 쉬고 있었지만 그 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결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