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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로봇의 성공 지표를 CB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가, 건강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 CB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가로 정하자 개발 속도가 가속되었다.
시스템 아키텍트 정현우가 CB의 대화 방식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거나 날씨를 설명하는 것과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모드다. 두 번째는 행복했거나 아쉬웠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것과 같은 감정을 공감하는 모드다. 세 번째가 가장 어려웠다. '그냥 곁에 있기' 모드였다. 말없이 옆에 앉아있기만 해도 위안이 되는 그런 존재감을 어떻게 로봇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며칠이 지난 후, CB-001의 기본 설계가 완성되었다. CB는 1초에 1000개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을 수 있어야 했다. 목소리의 톤으로 12가지 감정을 구분해야 했다. 30일 전의 대화도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었다. 정해진 규칙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했다.
한 박사가 개발 일정을 발표했다. 2주간 집중 개발을 거쳐 첫 프로토타입을 완성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 북부 요양원에서 실제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CB-001이 만날 첫 대상자는 82세 김 할머니였다. 치매 초기 단계에 있고 3개월 전 남편을 잃은 분이었다.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팀원들은 피곤했지만 기대에 차 있었다. SR이 구조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0.7초의 망설임. 그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 변화가 이제 CB라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한 박사는 생각했다. SR은 생명을 구했다. 이제 CB는 삶을 구해야 한다. 외롭고 아픈 노인들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돌봄이었다. 그리고 초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꼭 필요한 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