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 프로토타입 CB-001 (3)

100-32

by 매그넘

오전 10시. CB-001이 휴게실에 들어서자 김영선 할머니가 먼저 말했다.

"오늘은 아침 먹었어. 로봇 잔소리 들을까 봐."


CB-001의 센서가 확인했다. 혈당 수치 정상 범위. 할머니가 CB-001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관계 형성 지표 17% 상승.

"아침이슬 준비해 왔어?"


CB-001이 음성 출력을 시작했다. 김민기의 원곡에서 보컬을 추출하고 CB-001의 톤으로 변조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할머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CB-001이 즉시 출력을 중단했다.

- 심박수 급상승

- 눈물샘 활성화


그러나 단순한 슬픔이 아니었다.

"계속해."


CB-001이 다시 재생했다. 3분 27초 동안 할머니는 눈을 감고 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할머니가 눈을 떴다. 눈가가 젖어 있었다.


"1981년 봄이었어. 남편이 학내 집회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가 끌려갔어. 그때도 '아침 이슬'은 금지곡이었거든."


CB-001의 데이터베이스가 작동했다.

- 1980년 전두환 정권

- 대학가 시위 탄압

- '아침 이슬' 여전히 금지곡


"일주일 만에 돌아왔는데 손가락이 퉁퉁 부어있더라. 기타를 못 칠까 봐 그렇게 울더라..."


할머니가 말을 멈췄다. CB-001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래도 손이 나으니까 다시 기타를 쳤지. 더 조심스럽게. 하지만 더 열심히. 노래를 빼앗길 수는 없다고."


오전 11시. 할머니가 갑자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우리 남편 어디 갔지? 오늘 기타 가르쳐준다고 했는데."


CB-001의 알고리즘이 작동했다.

- 치매 증상


프로토콜상 사실을 정정해야 했다. 하지만 CB-001은 2.3초간 다른 옵션을 계산했다.

"무슨 곡을 가르쳐주기로 하셨어요?"

"산울림 '청춘'. 코드가 쉽다고 했는데."


할머니의 표정이 점차 현재로 돌아왔다.

- 혼란 지수 감소 중


"아... 맞아. 옛날 얘기구나. 나이 들면 이렇게 헷갈려."

"추억이 너무 생생해서 그런 거예요."


할머니가 CB-001을 보았다. "넌 참 이상한 로봇이야. 가끔은 진짜 사람 같아."


CB-001이 1.8초간 연산했다. "전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건 진짜예요."


오후 2시. CB-001이 떠나려 하자 할머니가 붙잡았다.

"내일도 올 거지?"

"네. 10시에 올게요."

"그럼 내일은 산울림 '청춘' 들려줘. 방금 말한 그 노래."


로보코어 연구실에서 한수진 박사가 데이터를 분석했다. CB-001이 프로토콜을 벗어나 현실 정정을 하지 않고, 대신 할머니를 과거에서 현재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이것은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행동이었다.


"CB-001이 스스로 판단하고 있네요. 자가 학습 모드가 잘 작동하나 봐요." 박재현이 말했다. "매뉴얼보다 상황을 우선시하는 거죠."

한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SR의 0.7초 망설임이 CB에서는 의도적 선택이 되고 있었다.


CB-001은 충전 스테이션에서 내일을 준비했다.

- 산울림_청춘_1977년.wav 로딩 완료

- 보컬 추출 대기


그리고 새로운 프로세스가 추가되었다.

- 치매_증상_대응_유연화


오늘 할머니가 흘린 눈물을 CB-001은 '슬픔'이 아닌 '그리움'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분류였다. CB-001이 스스로 만든 첫 번째 감정 카테고리였다.



작가의 이전글돌봄로봇 프로토타입 CB-00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