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 프로토타입 CB-001 (4)

100-33

by 매그넘

오전 10시. CB-001이 휴게실에 도착했을 때 김영선 할머니는 구석 의자에 웅크리고 있었다. 평소와 완전히 다른 위치였다.


CB-001의 센서가 즉시 분석했다.

- 공포 지수 72%

- 혼란 상태 심각


"웬 로봇이야? 어디 불났어?"


할머니가 CB-001을 SR로 착각하고 있었다.

- 동공 확장

- 호흡 불규칙

- 급성 치매 증상 악화


CB-001이 0.5미터 거리에서 멈췄다.

"안녕하세요. 전 CB입니다. 할머니를 만나러 왔어요."


"CB? 그게 뭐야? 사람 구조원은 어딨어? 누가 다쳤어?"


할머니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 스트레스 지수 상승 중

- 간호 스테이션에 자동 알림 전송


CB-001은 3.7초간 연산 후 대응 방법을 결정했다. CB-001이 낮은 음량으로 산울림의 '청춘' 멜로디를 출력하기 시작했다. 어제 할머니가 신청했던 그 노래였다.


"꽃피는 봄날에 청춘을 노래하자..."


할머니의 눈빛이 흔들렸다. 공포 지수 65%로 감소된 것이 측정 됐다. CB-001이 계속 출력했다. 보컬 변조 없이 원곡 그대로인 김창완의 목소리가 휴게실에 울려 퍼졌다.


"이... 이 노래... 구조 로봇이 웬 노래야"


할머니가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재난 상황 인식은 해제되기 시작했다. CB-001이 한 걸음 다가갔다.

"할머니가 어제 들려달라고 하신 노래예요. 남편분이 기타로 쳐주시던."


"남편?" 할머니의 표정이 변했다. "우리 남편 기타..."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 혼란 지수 48%


CB-001이 다시 한 걸음 다가가 1.2미터 거리에 섰다.


"1981년에 남편분이 '아침 이슬' 부르다가 끌려가셨다고 하셨어요."


할머니가 CB-001을 쳐다보았다. 아직 완전히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적대감은 사라졌다.

"네가... 그 얘기를 어떻게 알아?"

"할머니가 어제 저한테 들려주신 이야기예요. 전 CB입니다. 매일 오전 10시에 할머니를 만나러 와요."


CB-001이 송창식의 '우리는'을 짧게 출력했다. 첫날 불렀던 그 멜로디였다. 할머니의 눈이 맑아졌다.

- 현실 인식 70% 회복


"아... CB. 맞아. 노래하는 로봇. 구조 로봇이 아니라."


할머니가 평소 자리인 창가로 천천히 걸어갔다. CB-001이 옆에서 따라갔다.

- 낙상 위험도 계산

- 안전거리 0.6미터 유지


"미안해. 아침에 깨니까 모든 게 낯설어서. 요즘 자주 이래."

"괜찮아요.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오전 11시. 할머니의 상태가 완전히 안정되었다.


- 생체 신호 정상 범위 복귀

CB-001은 간호 스테이션에 상황 종료 신호를 전송했다.


"근데 넌 어떻게 그 생각을 했니? 노래를 부를 생각을."


CB-001이 2.1초간 연산했다. "할머니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음악 관련 기억이 가장 강한 인출 트리거로 확인되었습니다. 최적 대응으로 판단했습니다."


"똑똑한 로봇이네." 할머니가 웃었다. "사람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아."


로보코어 연구실. 한수진 박사가 오늘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CB-001이 위기 상황에서 보인 대응은 예상 범위 내였지만 효과적이었다. SR로 오인받은 상황을 음악으로 전환한 판단이 적절했다.


"SR과 CB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네요." 박재현이 말했다. "SR이었다면 신분 확인 프로토콜만 반복했을 겁니다."


CB-001은 충전 스테이션에서 오늘의 데이터를 재구성했다.

- 새로운 프로토콜 추가: SR_오인_상황_대응_매뉴얼 >> 음악_개입_성공률 100%.

-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완료

- 내일 오전 10시 재방문 예정

- 김영선 할머니 급성 혼란 재발 가능성 34%

- 대응 시나리오 23개 준비 완료

- 충전 상태 68% >> 절전 모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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