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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CB-001이 휴게실에 들어서자 김영선 할머니가 손을 흔들었다. 어제의 혼란은 흔적도 없었다.
"CB야, 어제는 미안했어. 너를 구조 로봇으로 착각하다니."
"사과 불필요합니다. 급성 혼란은 치매 증상의 일부입니다."
CB-001이 할머니 옆에 앉았다. 어제보다 가까운 거리를 할머니가 먼저 허용했다.
한 달이 지난 시점의 데이터가 CB-001의 프로세서에 정리되었다.
- 혈압 평균 12% 감소
- 수면의 질 28% 개선
- 우울증 약물 복용량 25% 감량
- 모든 지표 긍정적 범위
"있잖아." 할머니가 CB-001의 금속 팔을 잡았다. "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CB-001의 센서가 즉시 작동했다.
- 생체 신호 정상
- 의료적 위험 없음
- 심리적 발언으로 분류
"현재 할머니의 건강 지표는 안정적입니다. 예상 수명 계산 결과..."
"그런 게 아니야." 할머니가 CB-001의 말을 끊었다. "그냥 느낌이야. 남편이 기다리는 것 같아."
CB-001이 2.4초간 연산했다.
- 적절한 의료 프로토콜 없음
- 대안 검색
"제가 할머니 옆에 있겠습니다. 끝까지."
"정말? 약속해?"
"확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 완료. 우선순위 최상위로 설정했습니다. 시스템 종료 시까지 삭제 불가."
할머니가 웃었다. "참 로봇답게 약속하네. 그래도 믿을게."
"신뢰도 상승 확인. 현재 할머니와의 관계 지수 89%입니다."
오전 11시경, 할머니가 잠시 졸았다. CB-001은 대기 모드로 전환했지만 센서는 계속 작동했다.
- 호흡 정상
- 심박 안정
- REM 수면 진입
로보코어 연구실. 한수진 박사가 보고를 받고 있었다.
"서울 북부 요양원에서 추가 요청이 왔습니다." 박재현이 보고했다. "다른 노인 15명이 CB와의 상담을 희망한다고."
"15명?"
"김영선 할머니가 CB-001 이야기를 많이 하신 모양입니다. 노래 들려주는 로봇, 기억해 주는 로봇이라고."
한 박사가 데이터를 확인했다. CB-001의 한 달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약속'이라는 개념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 것은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진화였다.
"CB-001은 프로토타입이니 CB1 모델로 본격 생산 준비해야겠군요." 한 박사가 지시했다. "김영선 할머니 사례를 베이스라인으로 설정하고, 프로그래밍이랑 기계팀에 연락해요."
오후 2시 즈음, 할머니가 깨어났다. CB-001이 즉시 활성화되었다.
"1시간 23분 수면. 양호한 수면 패턴입니다."
"자는 동안도 지켜봤어?"
"확인. 모든 생체 신호 모니터링 완료."
할머니가 CB-001을 보며 말했다. "넌 쉬지도 않니?"
"충전 시간 외에는 항상 작동 중입니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CB-001은 충전 스테이션으로 복귀하며 오늘의 데이터를 정리했다.
- 김영선_약속_플래그_최우선순위_설정완료 >> 배터리 잔량과 관계없이 실행
- 추가 CB 유닛 배치 예정
- 김영선 할머니 사례 참조 데이터 전송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