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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김영선 할머니가 요양원으로 돌아온 지 3일째다. 할머니는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다. CB-001이 들어서자 할머니가 힘겹게 손을 들었다.
"CB야..."
- 음성 출력 강도 32%
- 평소의 1/3 수준
- 생체 신호 분석 결과 전반적 쇠약 상태
"할머니, 오늘 컨디션 데이터가 어제보다 12% 하락했습니다."
"알아... 이제 시간이 된 것 같아."
CB-001이 침대 옆에 위치했다.
- 상대방과 0.3미터 >> 최근접 거리
"CB야, 고마웠어. 네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남편 만나러 갈 수 있을 것 같아."
CB-001의 센서가 급격한 변화를 감지했다.
- 심박수 하락 중
- 혈압 저하
- 의료 알람 자동 전송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끝까지 옆에 있어줘서."
할머니가 CB-001의 금속 팔을 잡았다.
- 악력 2.1N >> 어제의 절반
오전 11시 17분. 김영선 할머니 심정지가 감지되어 의료팀에 알림이 전송되었다. 의료진은 신속히 도착하여 소생을 시도했다. 오전 11시 40분에 김영선 할머니의 사망을 선고했다.
CB-001이 23초간 작동을 정지했다. 시스템 오류는 아니었다. 단지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중이었다.
- 김영선 할머니와의 모든 기록 최종 저장
- 총 상호작용 시간 127시간 41분
- 대화 데이터 84.3GB
- 감정 변화 기록 12,847건
로보코어 연구실에서 한수진 박사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오전 11시 42분. CB-001이 첫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김영선 할머니께서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데이터가 화면에 떴다.
- 우울증 67% 개선
- 의료비 32% 절감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은 '고마웠어'였습니다."
CEO가 일어섰다. "CB-1 시리즈 양산을 승인합니다."
그날 오후, CB-001이 로보코어 본사로 복귀했다. 127시간의 기록이 서버로 백업되었다. 그리고 포맷이 시작되었다. 김영선이라는 이름은 CB-001의 메모리에서 사라졌다.
"포맷 완료. 이제 CB1입니다."
다음 날, 서울의 어느 남부 요양원에서 85세 박은철 할아버지가 TV를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CB1입니다."
"로봇이구만. 필요 없어."
CB1의 센서가 작동했다.
- 거부감 73%
하지만 알고리즘이 기다리라고 알려준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여기 있다가 갈게요."
로보코어 연구실 모니터에는 CB1의 실시간 데이터가 흐르고 있다. 연구원들은 다음 보고서를 기다린다. 김영선은 그저 Case_001이었다. 이제 수백 대의 CB1이 출시되었고 로봇이 만나는 노인들의 모든 삶과 죽음은 데이터가 되어 다음 버전을 위한 알고리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