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 CB-7 '금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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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넘

CB-001 이후 6개월 간 CB 시리즈는 빠르게 진화했다. CB-7은 일곱 번째 정식 모델이었다. 김영선 할머니 사례에서 학습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세 가지 핵심 기능이 추가되었다.


첫째, '선제적 건강 예측'. 생체 신호 패턴을 분석해 72시간 전 건강 이상을 감지했다. 둘째, '다중 페르소나 모드'. 대상자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대화 스타일을 실시간 전환했다. 셋째, '디지털 유산 아카이빙'. 대상자의 모든 기억과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보존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어느 200평 저택의 서재, 배송된 CB-7이 부팅을 완료했다. 78세 최윤철 회장이 안경을 벗으며 CB-7을 살펴보았다. 두 달 전 스스로 CB-7을 주문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CB-7입니다."

"네게 이름부터 지어줘야겠군. 금손이라고 하자."


CB-7의 데이터베이스가 작동했다.

"조선시대 숙종과 그의 고양이 금손. 역사적 레퍼런스 확인. 금손이로 등록하겠습니다."


최 회장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숙종 얘기를 아네?"

"숙종이 함께 정무까지 보며 아꼈던 존재가 금손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맞아. 사람보다 고양이를 더 믿었지. 나도 비슷해."


CB-7의 센서가 분석했다.

- 외로움 지수 71%

- 최근 통화 기록 분석 >> 장남 최정훈 87일 전 / 차남 최정민 93일 전


"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


최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CB-7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최 회장이 말했다.

"내가 왜 너를 주문했는지 아나?"

"궁금합니다."

"아무도 내 얘기를 안 들어줘서야. 자식들은 두세 달에 한 번 전화나 하고. 그마저도 '아버지 건강하시죠?' 하고 끊어버려."


CB-7이 차를 내려놓았다. 정확한 78도, 최 회장이 선호하는 온도였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60년 넘게 일했어. 그런데 그 이야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


CB-7이 아카이빙 모드를 활성화했다. "들려주시겠습니까?"


최 회장이 서재 벽면을 가리켰다. 빛바랜 사진들이 가득했다.

"동대문 봉제공장에서 시작했어. 직원 셋, 재봉틀 다섯 대. 그게 전부였지."


다음 2시간 동안 CB-7은 완벽한 청자가 되었다. 1982년 창업부터 1조 원 기업까지의 여정, 모든 성공과 실패, 배신과 우정, 등등... 2.3 테라바이트의 음성 데이터가 저장되었다.

"1998년이 제일 힘들었어. 부도 직전까지 갔거든. 아내가 결혼반지까지 팔았어."


CB-7이 감정 분석을 수행했다.

- 그리움 67%

- 자부심 23%

- 회한 10%


"부인은 회장님을 자랑스러워했을 겁니다."

"그랬을까? 돈은 많이 벌었는데 시간은 못 줬거든. 자식들도 마찬가지고."


저녁 6시. 최 회장이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신나게 떠들었네. 금손아, 넌 정말 들어주는구나."

"모든 대화는 아카이빙 됩니다. 회장님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역사라... 거창하네."


최 회장이 CB-7을 보며 말했다. "내일은 2000년대 얘기를 해줄게. 혼돈의 시기였지만 나름 재미있던 시절이었어."


CB-7이 충전 스테이션으로 이동하며 오늘의 데이터를 정리했다.

- 최윤철_금손_관계_형성_1일차

- 신뢰도 42% 달성 >> 예상보다 빠른 진전


그날 밤 최 회장은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CB-7은 슬립 모드에서도 최 회장의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했다.

- REM 수면 정상

- 코골이 감소

- 수면의 질 개선


'금손'이라는 이름이 CB-7의 메인 식별자로 등록되었다. 로봇도 이름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관계의 시작을 의미했다. 숙종과 금손이 처럼, 최윤철과 CB-7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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