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2
2046년 3월 X일, 오전 7시, 민수가 눈을 떴다. NB-F가 여전히 옆에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부터 자립 연습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자립 연습?”
“어제 프로그램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제가 개입을 최소화합니다.”
민수가 일어나 교복을 찾았다. 작년까지는 직접 했던 일인데, 1년 동안 NB가 해주니 손이 어색했다.
“체육복은… 오늘 체육 있었나?”
평소 같으면 NB가 알려줬을 텐데. 민수가 시간표를 확인했다. 목요일, 체육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
등굣길에 지호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 깜빡할 뻔했다. 오늘 받아쓰기 있는 거 알아?”
민수가 멈췄다. “받아쓰기?”
“어제 선생님이 말했잖아.”
민수는 NB가 항상 저녁에 “내일 받아쓰기 있습니다” 알려줘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1년 전엔 내가 알아서 했는데…” 민수가 중얼거렸다.
-----
오후 4시, 적응 프로그램 둘째 날.
“어제 집에서 뭐 해봤어요?” 김지영 선생님이 물었다.
“알람시계 맞춰봤어요!”
“가방 직접 쌌어요!”
“시간표 확인했어요!”
민수가 말했다. “오늘 받아쓰기 있는 줄 몰랐어요.”
여러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NB가 매일 말해줬는데.”
선생님이 웃었다. “1년 전엔 여러분이 다 했던 일이에요. 잠시 잊었을 뿐이에요.”
오늘 주제는 ‘준비물 체크리스트’.
“예전에 알림장 썼던 거 기억나요?”
아이들이 “아~” 소리를 냈다.
“맞다, 1학년 때 썼는데!”
“2학년 때도 썼어요!”
선생님이 수첩을 나눠줬다. “다시 시작하면 돼요.”
민수가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려니 어색했지만 낯설지는 않았다.
-----
집으로 가는 길에 지호가 물었다. “이상하지 않아? 재작년까지 다 했던 건데 못하게 된 것 같아.”
“그러게. NB가 너무 편했나 봐.”
“근데 또 며칠 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 같아.”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때도 처음엔 힘들었잖아.”
두 아이가 자기들끼리 위로하며 걸었다.
-----
그날 밤, 민수가 책상에서 내일 준비물을 확인하고 있었다.
“수학책, 음악책, 리코더…”
NB-F가 조용히 지켜봤다. 평소 같으면 “리코더 청소가 필요합니다”라고 했겠지만 오늘은 침묵했다.
민수 어머니가 들어왔다.
“뭐 해?”
“내일 준비물 챙겨요. 오랜만이라 헷갈려요.”
“엄마도 봐줄까?”
“네!”
1년 만에 엄마와 함께 준비물을 확인했다.
“이렇게 했었는데 왜 까먹었지?” 민수가 웃었다.
“NB가 편하긴 했구나.”
“응. 근데 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수가 알람시계를 7시에 맞췄다. 작년에 샀던 알람시계였는데 1년간 서랍에 있었다.
“내일은 이걸로 일어나 볼게요.”
어머니가 미소 지었다. “잘할 수 있을 거야.”
민수는 오랜만에 자기 손으로 하루를 준비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