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3
2046년 3월 X일 오전 7시.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민수가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1년 만에 알람시계로 일어난 것이다. NB-F는 충전 중이었고 개입하지 않았다.
"해냈다!"
작은 성취감이 들었다. 옷을 입고 가방을 확인했다. 리코더를 깜빡할 뻔했지만 어제 적어둔 메모 덕분에 챙겼다.
등굣길에 함께 적응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3학년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어제오늘 NB 없이 연습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 오늘 알람으로 일어났어!"
"나도! 근데 두 번 다시 잤어."
"준비물 하나 빼먹었는데 친구가 빌려줬어."
민수가 지호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실은... 엄마가 깨워줬어." 지호가 쑥스럽게 웃었다.
"괜찮아. 다음 달까지 연습하면 되지."
아이들 사이에 묘한 연대감이 생기고 있었다.
적응 프로그램 마지막 날, 김지영 선생님이 아이들을 둘러봤다.
"그동안 수고했어요. 어때요?"
한 NB-F 아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전 못할 것 같아요."
"왜?"
"NB 없으면 너무 불안해요. 뭘 빼먹을까 봐."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실수할까 봐 무서워요."
선생님이 칠판에 썼다. '실수 = 배움'
"여러분, 실수 안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NB요!" 한 아이가 외쳤다.
"맞아요. 그런데 NB는 사람이 아니죠. 사람은 실수하면서 배워요."
민수가 말했다. "근데 NB랑 있으면 실수를 안 해서 좋았는데..."
"실수를 안 하면 무엇을 놓칠까요?"
아이들이 생각에 잠겼다.
지호가 대답했다. "음... 다시 하는 법?"
"좋아요! 또?"
"친구한테 도움받는 것?" 다른 아이가 말했다.
"맞아요. 오늘 특별한 걸 해볼게요."
선생님이 종이를 나눠줬다.
"'도움 친구'를 정하세요. NB가 없어진 다음 서로 도와줄 친구요."
아이들이 서로를 봤다.
민수가 지호를 봤고, 지호도 민수를 봤다.
"우리 하자."
"그래!"
다른 아이들도 짝을 지었다. NB-F 아이와 NB-A 아이가 섞여서.
"매일 아침 서로 확인 문자 보내기로 해요." 선생님이 제안했다.
"일어났어?"
"준비물 챙겼어?"
"숙제했어?"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22명의 아이들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NB 없이 우리끼리'
첫 메시지는 민수가 보냈다.
"다들 힘내자!"
곧바로 답장들이 왔다.
"힘내!"
"할 수 있어!"
"실수해도 괜찮아!"
지호가 민수에게 말했다. "한 달 뒤가 덜 무서워졌어."
"나도. 아직은 무서운데 그래도 며칠 전보단 나아."
집으로 가는 길, 아이들 옆에, 뒤엔 NB들이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제 NB가 아닌 서로를 보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민수가 NB-F에게 말했다.
"너 없어도... 아니, 힘들겠지만 해볼게."
NB-F가 처음으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민수 님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기계적인 목소리였지만, 왠지 응원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