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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년 5월, 서울시 한 소아정신과의 전화는 수화기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울린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트래픽 과다로 마비된 지 오래다. NB 반납 후 한 달,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1년간 NB-F와 지낸 3학년 김 모 군이 4일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었다. 부모는 아이가 NB의 충전 스테이션 있던 자리에 옆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NB-3421 보고 싶어." 아이는 로봇의 일련번호를 완벽히 기억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 박모 양은 매일 같은 시간, NB가 하교를 도왔던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아이들이 다 하교할 때까지 기다리다 선생님이 가면 "참, 이제 혼자 가야죠.. 자꾸 까먹어요."라고 한다. 불과 1년을 함께했을 뿐인데도 아이에게 NB가 주는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보건복지부 긴급 보고서가 발표됐다. 'NB 분리 증후군' 진단을 받은 아동이 전국적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1년 동반 아동 중 15%가 심각한 상실감을 호소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통계 예측이었다. 현재 2학년생들은 2년, 1학년생들은 3년을 NB와 보낼 예정이었다. 아동심리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애착 기간이 길수록 분리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3년 동반 아동의 경우 예상 충격도는 1년 동반의 5배에 달할 것입니다."
교육부 회의실에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스크린에는 충격적인 그래프가 떠 있었다.
2047년 예상 상담 수요: 현재의 8배.
2048년: 15배.
한 관료가 보고했다. "현재 학교 상담교사 1명당 담당 아동이 200명입니다. 내년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부모들의 절규로 가득했다.
"우리 아이가 밥을 안 먹어요. NB처럼 정확한 시간에 주지 않으면요."
"잠을 안 자요. NB의 센서 불빛이 없으면 불안해해요."
"친구를 사귈 수 없대요. 친구들은 실수를 하는데 NB는 안 그랬다고."
일부 부모들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NB를 해킹하려는 시도가 수십 차례 적발 되었다. 어떤 부모는 NB의 대체제로 CB를 구입하려고 대기 명단에 등록했다.
로보코어 본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CEO는 회사 내부에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심각한 애착 형성을 확인했습니다. 단계적 분리 프로그램을 즉시 개발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풀린 NB는 50만 대. 내년에 반납할 2학년은 15만 명, 내후년 1학년은 25만 명이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발표했다. NB 반납 연령을 10세에서 12세로 상향 조정 검토.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문제를 2년 미룰 뿐입니다. 12세에 헤어지면 사춘기와 겹쳐 더 위험합니다."
서울대 아동발달연구소의 보고서 마지막 문장이 섬뜩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기계와의 이별을 가르쳐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방법을 모른다."
늦은 오후, 한 초등학교 상담실에선 상담교사가 그날의 14번째 아이를 위로해 돌려보낸 후 기진맥진해 있었다. 창밖으로 NB를 데리고 다니는 저학년들이 보였다. 1년 후, 2년 후, 저 아이들도 이 상담실로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상처는 더 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