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9
2046년 5월, 로보코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NB 분리 증후군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는 뜨거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새로운 수요가 폭발하고 있었다.
오전 9시, 로보코어 이사회에서 CFO가 보고했다.
"HB(House Bot) 사전예약이 100만 대를 넘었습니다."
가사 도우미 로봇 HB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이었다. 청소, 요리, 정리, 세탁까지 완벽한 가사 노동 대체. 월 2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중산층 맞벌이 부부들의 예약이 쇄도했다.
"그런데..." 마케팅 팀장이 태블릿을 넘겼다. "고객 요구사항에 특이한 패턴이 있습니다."
HB 구매 문의 중 40%가 추가 기능을 요구하고 있었다.
> 가사만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도 가능한가요?
> HB가 대화도 나눌 수 있나요?
> 퇴근 후 외로운데... HB가 반겨주면 좋겠습니다.
더 노골적인 요구도 있었다.
> 연인 모드는 없나요?
> 육체관계 기능 추가해 주세요.
> 1인 가구용 특별 버전은 언제 나오나요?
청원 게시판에는 'HB 정서 지원 기능 추가' 서명이 20만을 넘어섰다. 특히 30-40대 1인 가구의 참여가 압도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른 기대가 넘쳤다.
> HB가 '다녀오셨어요?' 하고 맞아주면 좋겠다
> 집안일도 하고 몸의 대화도 나누고. 완벽한데?
> 굳이 연애할 필요가 있나? HB면 충분할 듯.
오후, 로보코어 제품 기획 회의.
"HB는 순수 가사 로봇으로 기획됐습니다." 개발팀장이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건..." 마케팅 팀장이 반박했다.
CEO가 끼어들었다. "NB도 처음엔 단순 육아 도우미였습니다. 결과가 어떻습니까?"
침묵이 흘렀다. NB가 만든 애착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성인은 다릅니다. 스스로 선택하는 겁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아이들은 10세에 강제 반납이라도 하지, 성인은..."
저녁, 한 소셜미디어 채널에 어느 30대 남성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혼자 산지 이제 8년째예요.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오는 게 갈수록 외로운데 HB라도 있으면... 적어도 '수고하셨어요' 소리라도 들을 수 있잖아요?"
댓글이 폭주했다.
> 저도 HB 기다려요. 집안일+대화 상대 일석이조
> 사람한테 상처받느니 로봇이 낫다
> HB가 연인 모드만 있으면 결혼 안 해도 될 듯
심리상담사가 경고하는 댓글을 올렸다. "인간관계를 로봇으로 대체하면 진짜 관계 능력을 영원히 잃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람들의 답은 비관적이었다.
> 이미 잃었음. 오~래전에
> 처음부터 없었다
> 상처받는 것보다 낫다
로보코어 CEO 집무실에 다양한 회사의 제안서가 도착했다. '성인용 컴패니언 로봇 공동 개발'. 미국과 일본은 이미 3년 전 시작했고, 수백만 대가 판매됐다.
옆에는 정부 공문이 있었다. '로봇 정서 의존 예방 대책 마련 요청'.
CEO는 HB의 최종 설명서를 펼쳤다. 제품 설명 마지막 줄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정서 교감 기능: 추후 업데이트 예정'
이미 결정은 내려진 것 같았다. 시장은 기다리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있었다.
창밖으로 불 꺼진 1인 가구 아파트들이 보였다. 각 집마다 HB가 들어가면, 불이 켜질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