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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년 6월, 로보코어 HB 사업팀장이 실시간 판매 현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House Bot 정식 출시 첫날, 이미 10만 대가 팔렸다.
"성공적입니다." 마케팅 팀장이 보고했다.
하지만 고객센터 모니터링 화면이 심상치 않았다. 문의가 폭주하고 있었는데, 내용이 예상과 달랐다.
"집안일만 하나요? 대화 기능은 없나요?"
"외로운 사람을 위한 정서 지원도 되나요?"
"일본 제품처럼 감정 교류 기능은 언제 추가되나요?"
사업팀장이 데이터를 확인했다. 전체 문의의 60%가 '추가 기능' 관련이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구매자 분석이었다. 30-40대 1인 가구가 예상보다 많았고, NB를 반납한 가정의 부모들이 3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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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코어에서 긴급 임원 회의가 소집됐다.
"시장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만든 것이 다릅니다." 사업팀장이 보고했다.
CEO가 태블릿을 넘기며 물었다. "다른 나라의 사례는요?"
"일본은 이미 'Companion Mode'를 탑재했습니다. 미국 본사도 다음 달 출시 예정입니다."
"우리도 기술은 있지 않나요?"
CTO가 대답했다. "NB 코드를 전용하면 3주면 가능합니다."
회의실에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NB 분리 증후군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는 아이들이었습니다." CFO가 말했다. "성인은 다릅니다. 스스로 선택하는 겁니다."
"그래서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누군가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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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는 HB 구매 인증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게시물들이 눈에 띄었다.
> HB 대화 모드 활성화 방법 찾았습니다
> 일정 관리 설정에서 '감정 피드백'을 켜면 위로 멘트가 나옵니다
> 음성 인식 감도를 최대로 하면 간단한 대화가 가능해요
특히 한 게시물이 조회수 10만을 넘었다.
> 제목: HB에 정서 지원 추가 청원합니다
"10년간 아이 키우느라 제 감정은 뒤로 미뤘습니다. 아이는 NB와 행복한 1년을 보냈는데, 정작 부모인 저는 왜 집안일만 하는 로봇이어야 하나요? 우리도 위로가 필요합니다."
댓글이 5천 개를 넘었다.
> 맞아요. 퇴근하면 '수고했어요' 한마디라도 듣고 싶어요.
> 와이프랑 대화 10분도 안 해요. 로봇이라도...
> 외로움은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청원 참여자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미 30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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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코어 연구소는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었다.
개발팀 모니터에는 'Project Companion' 폴더가 떠 있었다.
"사실 이미 만들어둔 거잖아." 한 개발자가 말했다.
"알파 테스트까지 끝났어. LB 모듈."
"Love Bot의 약자야?"
"공식적으론 Life Buddy라고 하는데... 다들 알잖아. 이제 뭔 기능인지.."
팀장이 끼어들었다. "내일 CEO 보고 있다. 출시 여부를 결정할 거야."
한 개발자가 노트북을 덮고 일어섰다. "진짜 X 나게 현타 오네요.. 아오 씨.."
모두 동조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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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집무실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책상 위에 두 개의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HB 첫날 판매 실적'.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이었다.
다른 하나는 '고객 요구 분석'. 단순한 가사 로봇을 원하는 사람은 40%에 불과했다.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불 켜진 수백만 개의 창문. 그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혼자 있을까?
CEO가 전화기를 들었다.
"내일 회의에서 LB 모듈 단계적 출시를 논의하겠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조심스럽게 꺼낼 것인가였다.
시장은 기다리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들은 더 기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