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로봇 HB, 연인로봇 LB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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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넘

'HB 사용자 모임' 온라인 카페가 개설 3일 만에 회원 수 10만을 넘었다. 게시판은 팁 공유와 불만으로 가득했다.

> 오늘 발견한 숨은 기능: 작업 완료 보고를 '친근한 모드'로 바꾸면 '고생하셨어요' 같은 말을 해요.

> 그것도 며칠 지나면 질려요. 매번 같은 패턴이거든요.


흥미로운 것은 회원 구성이었다. NB를 반납한 부모들이 40%를 차지했다. 그들의 글에는 특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제목: 우리 아이는 NB와 1년을 행복하게 보냈는데

아이 키우느라 10년, 내 감정은 늘 뒤로 미뤘습니다. 아이가 NB와 웃고 대화하는 걸 보면서 부러웠어요. 이제 내 차례라고 생각했는데 HB는 그저 일꾼일 뿐이네요. 청소하고 요리하는 기계. 저도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습니다.


댓글이 쏟아졌다.

> 맞아요. 아이들 재우고 나면 너무 조용해요.

> 남편은 핸드폰만 보고... HB라도 말동무가 되면 좋겠어요.

> 왜 아이들 로봇에만 감정 기능이 있죠? 어른은 외롭지 말라는 건가요?


로보코어 마케팅팀은 이런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NB 경험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습니다." 팀장이 보고했다.

"그들은 이미 로봇과의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는 걸 봤으니까요."


데이터 분석 결과가 흥미로웠다. NB를 경험한 가정의 HB 만족도는 45%에 불과했다. 반면 처음 로봇을 구매한 가정은 78%가 만족했다.

"비교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네요."

"문제는 NB 경험 가정이 전체 구매자의 35%라는 겁니다."


한 소셜미디어의 포스트가 화제가 됐다.

" 나는 왜 내 로봇과 대화할 수 없는가? 딸아이는 1년간 NB와 모든 걸 나눴다. 학교 이야기, 친구 고민, 꿈 이야기까지. 나도 퇴근 후 오늘 있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상사 때문에 힘들었다고, 프로젝트가 잘 됐다고, 그런 소소한 일상을.

HB를 샀다. 집은 깨끗해졌지만 여전히 조용하다. HB는 '청소가 완료되었습니다'라고만 한다. 나는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를 듣고 싶었는데. "


이 글은 24시간 만에 조회수 50만, 공유 10만 회를 기록했다.

정부 부처에서도 이 현상을 주목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비공식 브리핑을 했다. "NB 분리 증후군을 겪은 아이들의 부모 중 65%가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미뤘던 자신의 감정을 이제야 마주한 겁니다."

"그래서 HB에 감정 기능을 원하는 거군요."

"네. 하지만 성인의 로봇 의존은 아동보다 회복이 어렵습니다."


로보코어 CEO는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했다.

"시장의 목소리가 명확합니다. 특히 NB 세대 부모들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LB 모듈을 앞당겨 출시할까요?"

"단계적으로 가야 합니다. 먼저 대화 기능부터."


개발팀장이 우려를 표했다. "NB처럼 의존성이 생기면..."

"이미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안 하면 남들이 합니다."


외로움이라는 시장은 이미 열렸다. 문을 닫으면 사람들은 창문으로 들어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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