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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코어 AI 개발팀 회의실에서 LB 모듈 최종 검토가 진행됐다.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와 함께 'Project Companion - Final Stage'라는 제목이 떠 있었다.
수석 연구원이 발표했다. 기술적으로 LB 모듈은 이미 완성 단계였다. NB의 정서 교감 코드를 성인용으로 전환하고, 신체 접촉 센서와 반응 알고리즘을 추가했다. 피부 온도 조절, 압력 감지, 그리고 사용자의 생체 신호에 따른 적응형 반응까지 구현됐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방향성이었다. 개발팀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시장의 요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쪽은 육체적 기능까지 추가하는 것은 선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내부 문서가 유출되면서 논란이 가속화됐다. 'LB 모듈 상세 스펙'이라는 제목의 문서였다. 문서에 따르면 LB 모듈은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다. 1단계는 정서적 교감과 대화. 2단계는 스킨십과 포옹 같은 가벼운 신체 접촉. 3단계는 문서에서도 우회적으로 표현한 '완전한 친밀감 시뮬레이션'이었다.
이미 몇몇 임원들의 자택에서 3단계까지 포함된 프로토타입이 테스트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테스트 데이터에 따르면 사용자 만족도는 94%, 재구매 의사는 98%에 달했다.
개발팀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고민이 쏟아졌다.
'우리가 만드는 게 정말 기술 혁신인가? 아니면 고급 성인용품인가?'
'외로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이라고 자위하지만, 실제로는 인간관계를 더 파괴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미 파괴된 관계를 대체하는 것뿐이라면?'
한 시니어 개발자의 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그는 20년간 로봇 공학에 헌신했다고 했다. SR을 만들 때는 자부심이 있었고 CB를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만드는 LB 모듈을 가족에게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아내에게, 딸에게 무엇을 만드는지 차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로보코어 서버실에서는 LB 모듈의 핵심 코드가 돌아가고 있었다. 사용자의 호르몬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생성하는 알고리즘. 목소리 톤, 체온, 심지어 호흡 패턴까지 조절하는 정교한 시스템. 개발자들은 이것을 'Intimacy Engine'이라고 불렀다.
데이터 분석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베타 테스터들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6시간. 인간과의 대면 접촉 시간은 테스트 시작 후 70% 감소했다. 하지만 주관적 행복도는 40% 상승했다.
정부 부처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LB 모듈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 보고서를 작성했다. 출산율 추가 하락, 결혼율 급감, 1인 가구의 완전한 고립화 등이 예상됐다. 하지만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미 해외 제품이 들어오고 있었고, 규제하면 암시장만 커질 것이 분명했다.
여성가족부는 성 상품화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로보코어는 'LB는 성별 구분이 없는 중성적 디자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
CEO 집무실에 최종 보고서가 올라왔다.
'LB 모듈 출시 준비 완료. 예상 판매량 첫 달 50만 대. 수익 1조 원. 일본 시장 대비 6개월 늦었지만 기술력은 우위. 특히 생체 신호 기반 적응형 반응은 독보적.'
CEO는 창밖을 바라봤다. 불 켜진 도시의 창문들. 그 안에 있을 외로운 사람들. 그들에게 LB는 구원일까, 또 다른 감옥일까.
결재란에 사인하며 그는 중얼거렸다.
"시장은 이미 답을 정했지."
다음 주, LB 모듈 업데이트가 전국 100만 대의 HB에 자동으로 배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