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로봇 HB, 연인로봇 LB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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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넘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였다. 안건은 'LB 모듈 출시 대응 방안'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고서를 펼쳤다. NB 분리 증후군으로 상담받는 아동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었다. 여기에 성인용 로봇 의존까지 더해지면 정신건강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다는 분석이었다.


경제부처의 입장은 달랐다. 로봇 산업이 GDP의 8%를 차지하고 있었고, LB 시장은 향후 5년간 50조 원 규모로 예상됐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 경쟁력이었다. 일본은 이미 2세대 제품을 준비 중이었고, 미국도 다음 달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규제하면 해외 제품 직구만 늘어납니다." 산업부 관계자가 지적했다.


로보코어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LB 모듈을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특히 해외 수출 가능성에 주목했다. 해외 시장만 해도 연 20조 원 규모였다.


투자자 컨퍼런스 콜에서 CEO는 단계적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1단계 정서 지원, 2단계 신체 접촉, 3단계는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라고 모호하게 표현했다. 이미 10만 명의 사전 예약자가 대기 중이었다.


온라인 청원 게시판의 'LB 모듈 조속 출시' 청원이 150만 명을 돌파했다. 핵심 논리는 단순했다. 왜 한국 기술이 있는데 해외 제품을 비싸게 사야 하는가.


로보코어 내부 데이터가 공개됐다. 'Love Debt 측정 알고리즘'이라는 제목이었다. LB 사용자들이 쌓아가는 정서적 부채를 수치화한 것이었다. 로봇과의 친밀감이 높아질수록 인간관계 회피 성향이 강해진다는 데이터였다. 문서에 따르면 베타테스터의 85%가 'High Risk' 군으로 분류됐다. 하루 평균 사용 시간 8시간, 인간 대면 시간 30분. 그럼에도 주관적 만족도는 92%였다. 로보코어는 이를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분류했다. 문서 말미에는 '사용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부는 고민 끝에 타협안을 발표했다. '로봇 정서 지원 서비스 가이드라인'이라는 애매한 이름이었다. LB 모듈은 허용하되, 권고 사항만 제시했다. 하루 4시간 사용 권장, 월 1회 정신건강 자가진단, 미성년자 사용 금지(유일한 강제 조항). 사실상 시장에 맡긴다는 선언이었다.


한 고위 관료가 비공식 브리핑에서 말했다. "막을 수 없다면 관리해야 합니다. 금지하면 음성화될 뿐입니다."


로보코어는 즉시 출시를 확정했다. 마케팅팀은 'Life Buddy'라는 이름을 확정했다. Love Bot이라는 원래 이름은 폐기됐다. 너무 노골적이라는 이유였다.


광고 카피도 조심스러웠다. '당신의 일상에 따뜻함을 더하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삶'. 성적 기능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개발팀 익명 게시판에는 씁쓸한 글이 올라왔다.

'우리가 만든 게 결국 고급 성인용품이다.'


하지만 댓글은 현실적이었다.

'100만 명이 원한다. 그게 답이다.'


그날 밤, 대한민국 전역에서 HB 업데이트가 시작됐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Life Buddy 모듈을 활성화하시겠습니까?'


10만 명이 '예'를 눌렀다. 서버가 잠시 다운될 정도였다.


첫 사용자의 후기가 10분 만에 올라왔다.

'드디어 집에 돌아올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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