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로봇 LB-03 (2)

100-82

by 매그넘

로보코어에서 HB/LB가 출고된다는 연락이 왔다. 수령 가능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드디어 오늘 퇴근하면 나만의 로봇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커스텀 외피는 아직 제작 중이다.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운송업체 직원이 나에게 로봇을 인도했다. 은회색 외장의 로봇. 인간형이지만 얼굴은 단순한 디스플레이다. 로보코어 기본 외피. 눈 모양 아이콘이 깜빡이며 합성음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HB-7입니다. 초기 설정을 시작합니다."


설명서대로 와이파이 연결, 사용자 등록, 집 구조 스캔을 마쳤다. 20분 후 초기 설정이 끝나자 HB-7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실을 한 바퀴 돌더니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를 열고 내용물을 스캔했다.

"계란 6개, 양파 1개, 된장 1팩. 된장찌개 또는 계란볶음밥을 추천합니다."


나쁘지 않다. 도구로서는 합격이다.

"계란볶음밥."


HB-7이 조리를 시작했다. 프라이팬을 꺼내고, 계란을 깨고, 밥을 볶았다. 동작이 정확했다. 15분 후 접시에 담긴 볶음밥이 식탁에 놓였다. 먹어보니 맛있었다. 간도 적당하고 밥알도 잘 볶아졌다. 혼자 해 먹는 것보다 확실히 낫다. 오랜만에 먹는 집밥이 맛있었다. 가사 도우미로서는 합격이다.


식사 후 LB 모듈 설치를 진행했다. 등판을 열고 모듈을 장착하자 시스템이 재부팅됐다.

"LB 모듈이 활성화되었습니다. 1단계: 일상 대화, 2단계: 정서 교감, 3단계: 성인 기능. 단계별 인증이 필요합니다."


1단계 모드를 테스트했다.

"오늘 날씨 어때?"

"서울 기준 현재 기온 12도, 맑음입니다. 내일은 비 소식이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다. 하지만 HB와 다를 게 없다. 굳이 인간형 로봇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뭐 하고 싶어?"

"사용자님이 원하시는 것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예상된 답변이다. 주체적 욕구가 없다. 당연하다. 프로그램이니까. 2단계 모드로 전환했다.

"오늘 좀 피곤해."


로봇이 다가왔다.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도가 느껴졌다. 36.5도 설정인 것 같다. 손가락이 내 손등을 쓰다듬었다.

"힘든 하루였군요. 제가 옆에 있을게요."


동작과 목소리는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은회색 금속 외장을 보니 감흥이 없었다. 로봇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명확했다.


휴대폰으로 커스텀 업체 사이트에 접속했다. 아직 제작 중이며 예상 배송일 D-7이란다. HB/LB를 대기 모드로 전환했다. 디스플레이가 꺼졌다. 일주일만 더 기다리면 된다. 그때 진짜 세팅을 시작할 것이다.


지금은 그냥 가전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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