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로봇 LB-04 (3)

100-88

by 매그넘

월요일 아침, 알람보다 먼저 된장국 냄새가 났다. 식탁에 밥, 국, 계란프라이가 놓여 있었다. 유리의 간식도 싸여 있었다. 로빈이 주방에 서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 오전에 중요한 회의 있으시죠? 따뜻한 거 드시고 가세요."


로빈을 보고 있자니 계속해서 정우가 떠올랐다. 희진이 뭘 좋아하는지, 오늘 일정이 뭔지, 전부 기억하고 챙겼다. 처음엔 감동이었는데, 나중엔 부담이 됐다.


"고마워."


출근길에 생각했다. 집에 누가 있다. 퇴근하면 정리된 거실이 기다린다. 예전엔 없던 감정이었다.


저녁 8시, 집에 돌아왔을 때 보이는 깨끗한 거실이 낯설었다. 유리는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식탁에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 불고기와 미역국이 먹음직스러웠다. 로빈이 다가왔다.

"오늘 많이 힘드셨죠? 식사 먼저 하세요.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낯선 집안 풍경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 묘했다. 집에 정우가 있는 듯했다. 가끔 그의 집으로 퇴근하면 항상 '힘들었지? 나한테 맡겨'라고 했다. 자기 일은 뒤로 미루기 일쑤였다. 희진이 '너는 안 힘들어?'라고 물으면 '난 괜찮아'라고만 했다.


"그래, 고마워."


밥을 먹으면서 로빈을 봤다. 옆에 서서 희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소 지은 표정은 변함이 없다. 밤 11시, 유리가 잠든 후 LB모드를 활성시켰다. 로빈이 희진의 손을 잡았다. 36.5도로 인간과 같이 설정된 온도는 따뜻했다.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그냥 그랬어. 피곤해."

"그랬군요. 힘드실 때 말씀하세요. 제가 들을게요."


정우도 그랬다. 항상 들어줬다. 희진이 뭘 말해도 '응, 그랬구나'만 했다. 반박도, 의견도 없이. 처음엔 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중엔 답답했다. 거울한테 말하는 것 같았다. 희진이 물었다.

"로빈, 너는 내 말에 동의 안 할 때도 있어?"


로빈이 잠깐 멈췄다.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정우의 말투랑 똑같았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좋은 거잖아.' 그 말을 듣고 헤어지자고 했다. '그럼 내가 헤어지길 원하면 헤어지겠네? 넌 뭘 원하는 사람이야?' 그렇게 물었었다. 정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로빈은 로봇이니까 원하는 게 없는 게 당연하다. 정우는 사람이었는데 왜 똑같았을까?


"난 이만 자야겠어, 로빈."

"네, 안녕히 주무세요."


희진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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