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에 내렸다. 수화물이 없던 터라 재빨리 빠져나왔다. 렌터카 셔틀을 타고 가는 길에 계속해서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원페달 제동방식이라는 그것, 회생 제동 때문에 엑셀에서 발을 떼면 저절로 브레이크가 작동한다는 그 '개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제대로 운전을 하지 못해 제주 시내 한복판에서 덜덜 거리며 운전 연습을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튜브로는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같이 간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다. '전기차가 처음이라 운전 연습 같은 걸 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해두었다. 차를 빌리고, 막상 운전석에서 문을 여니 페달이 두 개 있었다. 엑셀 하나와 브레이크 하나였다. 마음이 놓였다.
놓은 마음을 다시 붙잡아야 했던 건, 엑셀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였다. 평소 몰던 방식대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밟던 엑셀에서 발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갑자기 차가 확 하고 속도를 크게 줄였다. 옆에 앉은 사람의 몸이 크게 움직이는 걸 보고서는 발을 떼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떼던 것보다 더 느리고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야 했다. 언제는 발가락으로 누르던 부분에서 엄지발가락만 떼기도 했고, 언제는 앞꿈치 부분을 조금씩 힘을 주며 치우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브레이크가 확 하고 걸렸다.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떼야지, 하는데 쉽지 않았다. 브레이크는 거의 쓰지도 않았다. 발목을 꺾을 일이 거의 없었다. 조금 더 멀리서부터 브레이크를 밟듯, 정지선이 보이는 순간부터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렇게 속도가 충분히 줄어든 다음에야 브레이크를 꾹 하고 밟았다. 그러면 신호대기에 딱 맞는 수준의 감속도 가능했다. 방지턱을 넘을 때도 몇 번, 가솔린차보다 조금 다른 반응을 해야 했다. 결국 그렇게 몇 번 하면서 천천히 전기차와 친해졌다.
그렇게 몇 번 브레이크 페달 없이 엑셀 페달 하나만으로 운전을 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다음으론 전기차 충전하는 방식도 배워야 했다. 전기차 충전소를 찾고, 필요한 만큼의 전력이나 금액을 입력하고 나선 충전 입구에 충전 잭을 꽂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전기제품을 사용하는 마음으로 충전을 했다. 두껍고 무거운 콘센트를 꼽아 넣고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만 탈 수 있는 전기차, 이건 가솔린 운전하는 습관을 모두 버려야만 가능한 것들이었다. 주유소를 찾는 방식도, 기름이 떨어졌을 때 급속 충전하는 방식과 그 시간도 천지차이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습관을 버려야만 익힐 수 있는 , 새로운 운전방식을 몸에 익히는 게, 이게 전기차 운전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