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도착 8시간 전
이번엔 제주 여행이다! 전기차를 몰기에 유튜브에서 급하게 검색해서 본다. 회생제동이 어쩌고라면서 브레이크와 엑셀이 희한하게 생겼단 말을 들었지만, 그 내용이 잘 나와있는 영상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글쓰기를 마치고 찾아봐야지.
제주 여행을 앞두고 몇 개 사건이 있었다. 깜박깜박 잘 쉬지 못하고 탈진해 있는 뇌가 제 기능을 안 하기 시작한 것이다. 까먹는 건 당연하고 졸음이 너무나 밀려와 참기 힘들었다. 그리고 내리 1시간 넘게 잠을 자도 잠이 다 깨지 않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뭔갈 많이 잃었다. 돈도, 이어폰도, 정신머리도, 의지와 투지도 잃었다. 그중에 유일하게 되찾은 건 이어폰뿐이다. 한 번은 껌껌한 밤 한강 달리기 트랙에서, 또 한 번은 세면대 하수구에서 찾았다. 집념을 갖고 찾아댔다. 하수구의 경우, 배수관 분해를 해서 겨우 꺼냈다. 그다음 합체릉 못해서 끙끙대기까지 했지만 몇십 분에 걸쳐 그 생김새를 더듬거리며 익혔더니 다행히 다시 끼워놓을 수 있었다. 휴. 손가락엔 때가 가득 묻었고, 아직도 화장실엔 더러운 물때가 눈에 가득했지만 괜찮았다. 그 더러움을 이기고 배수관을 만지고, 그 안에 있던 나의 이어폰(왼쪽)을 구출했을 뿐 아니라, 더듬거리며 열었던 배수관을 다시 차분하게 연결했을 때가 참 짜릿했기 때문이다.
돈을 잃은 건, 어쩔 수 없다. 나의 피곤과 불감증, 잘 모르면서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퉁쳐서 추상적인 형태로 말하면 ‘의사결정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뭐 구체적으로 말하기엔 너무나 많지만, 어찌 되었든 1년 전 나는 선택할 생각조차 못했던 일인 건 맞다. 과거의, 조금 더 닫혀있고 무지했으며 스스로는 ‘도전적’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단어보다 반 발자국 뒤에서 삶을 살아가는 내가 했던, 어떤 새로운 시도였다. 그래서 그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냥 그런 나의 현실을 뒤로한 채, 제주 여행을 떠난다. 내가 우스갯소리를 했던 것에 진심을 다해 웃어주는 사람들도, 나의 단점을 그대로 품고 있는 나의 가족들도, 내게 긴장과 괴로움, 그리고 삶의 다양한 면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회사도 뒤로 한 채, 친한 사람과 새로운 공간을 여행하러 떠난다.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전기차 운전이다! 앞으로 약 8시간 후면 내 손엔 운전대가 들려있을 … 거다.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