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일기4일차
아침에 일어나 사업을 잠깐 생각했다.
점심에도 잠깐 사업을 생각했다.
저녁에도 사업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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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는 '아직 하지 못했지만 해야 할 일들' 에 대해 생각했다. 저녁에 하면 분명히 지쳐서 끝내지 못할 것들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래도 아침 에너지가 많았기 떄문에 출근하는길 내내 노트에 써내려갔다. 그래서 이번 년도 투자로 잃은 돈을 되찾고 싶고,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점심에는 모든것이 무너졌었다. 내가 하는 일이 하나도 의미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절망스러워졌다. 갑자기 자기 자리에서 적절하게 잘 움직이며 휴식도 하고 일도 하는 사람들이 보다 제대로 된 삶을 보낸다고 생각했다. 괜히 까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절망적인 이유는, 내 과거를 되돌아 봤기 때문이었다. 2년전 몸담고 있던 개발자 모임 컨퍼런스에서 5분짜리 짧은 세션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내가 발표하고 싶었던 것은 '바이브 코딩으로 서비스 2주만에 만들기'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개발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일까? 하는 질문에 답을 하다보니 새로운 주제를 찾았다. 과거의 혼란부터 지금의 혼란까지 나의 혼란을 따라 간 투쟁기(=커리어패스)를 이야기 하면 어떨까 싶었다.
사실 세무사 준비도 1년이나 꼬박 해봤던 사람으로써, 비전공자가 자리를 끝내 잡지 못하고 도망치려다 발목 붙잡힌 사람처럼 생각하던 나였다. 그러나 AI는 너무나 멋지고 근사하게 나의 과거를 표현해냈다. 그 부분에서 내가 갖고 있던 몇 없는 끈 마저 끊어지는 듯 했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긍정을 하지 못하는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되나 싶었다. 팩트만 봐야지, 객관적인 상태를 유지해야지 하는 나만의 생각도 모두 날아간 듯 했다. 너무 혼란스러워 그저 5시까지 일하고 퇴근할 생각만 했다.
퇴근후 밥을 먹으며 뭔가 안한 것도 아니다.
토스 페이먼트 연동을 위해 자료를 드디어 다 만들어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뤄왔던 두번째 앱만들기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앱은 챗봇과 다름이 없고, RAG를 잘 짤수있는 데이터 수집과 정리가 너무나 중요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질끈거리를 머리를 붙잡고 클로드에게 대부분의 일을 설명해주고 맡기는 형태로 진행했다.
이젠 뭐 RAG에 대해서도 한마디 대답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그저 유튜브 쇼츠가 전해주는 편안함만 뇌가 찾는 모습을 보니 너무 짜증이 났다. 나이가 들면서 개선되는게 아니라 노쇠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뒤엉켜져 절망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다시, '행복하려면 무슨일을 해야할까?' 질문을 던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