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일기10일차
코딩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오늘 내일안으로완료해야 할 것이 2건이나 있다. 내일 11시에는 시스템을 쉽게 커스터마이징 하고 싶어하는 한 대표님의 요청사항에 맞게 서비스를 하나만들어야 한다.
아 놀고싶다!
누가 대표가 편하다고 했나(편하다고 한 사람 아무도 없음)
지금은 이승건 대표님의 영상을 봐야할 때인가보다. 내 손으로 돈을 직접 버는 사람이라면 거쳐야 할 운명, 쉬는 시간도 하나 없이 가족의 일상을 챙길 수도 없이 산다고 했다.
하지만 대표가 되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 종속된 채로 나의 신세를 겁낼 뿐이다. 돈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수 없다면 아마 회사를 다녀도 평생 불안할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아 선택한 것이니 이제 체념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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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과거에 몸담았던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서 자기만의 이야기와 연구실적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멋진 사람들이었다. AI를 하고 싶어했던 사람, 이미 하고 있는 사람, 비전공자와 전공자가 다양하게 섞여있는 곳이었다.
나는 약 1.5년 동안 회피를 하고, 자격증 시험을 보고, 결국 떨어져 되돌아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꽁꽁 숨겼었다. 실패한 내용을 세상이 알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다. 그러나 뭔가, 26년 부터는 마음이 달라졌다. 세상에 내 실패기도 마구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오늘 참석한 컨퍼런스에서 '5분짜리 발표'를 하겠다고 대뜸 손들고, 발표자료를 만들고, 그걸 앞에 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도 26년의 기운 덕분이다. 극단적으로 도망을 가봤더니 얻은 것이 있더라. 정 안되면 극단적으로 정말 ... 필사적으로 도망을 가봐라. 거기에서 진짜 나의 identity 가 고개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라는 이야기였다.
그래, 나는 어찌보면 회피의 아이콘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멋진 멘트를 위에 붙여두고선 사실 계속 도망만 다닌다. 코딩이 하기 싫어 바이브 코딩에 매달려 코딩에서 손을 놓은지도 꽤 된 느낌이다. 내가 20살때 처음, 공부로부터 도망갔던 것, 그래서 거기서 기호학을 배우고 마케팅으로 연결되었던 것, 그리고 또 다시 '어려운 공기업과 대기업 취업' 이라던가 '전공을 살린 회사 내 면접' 에서 저 멀리 도망가서는 나만의 스토리로 밀고 나가 니치한 마켓, 니치한 회사를 계속 찾아다니며 AI 를 하게 된 것도 .. 정말 도망이라면 도망이다.
그래도 말할 수 있는건, 최선을 다해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앉아 절망스러운 나를 직면하는건 절대 못할 일이었지만, 그것만 아니라면 뭐든지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도망다녔다. 이것, 저것, 그것... 맛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맛을 보며 비효율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직선의 항로를 따라 가는 어느 효율적인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만, 이런 삶이 있단 것을 인정해주는 누군가만 있다면 상관 없을 것 같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있다. 이제 남은 3시간 정도는 그 요청사항의 시스템을 보다 잠들 것이다. 그리고 내일의 약속 2건을 지나 다시 집에 돌아와 또 코딩을 할 것이다. 에러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