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사업일기 26일차
6개월동안 번 돈은 20만원이다. 그것도 내가 사전에 알고 있는 고객으로부터 들어왔다. 나의 장점을 잘 들여다봐준 대표님에게 원하는 기술을 만들어드리고 받은 돈이다. 총 금액 1500만원 중 1.3% 수금 완료.
“3개월, 그건 초기 사업가에게 너무 짧은 시간이야 괜찮아 천천히 해” 라는 모르핀 같은 말에 취해있었다. 그 이후 3개월이면 결과가 나겠지, 나도 수많은 성공사례 중 하나처럼 되겠지, 나도 1500만원을 수금했다고 이야기 하겠지… 라고 스스로 되뇌였던 그 12주가 또 지나갔다.
사실 나의 실패는 정량적으로도 증명 가능하다. 매일 숙제를 하지 못해 내야 하는 벌금액은 41기 중 가장 높았다. 하루에 1개 달성해도 어려운 것을 2개나 신청해두었던 것도 한몫했다. '가계부 쓰기' 와 '쓰레드 5개 적기'라는 목표를 세웠고, 못하겠다며 수정하지 않았다. 쓰레드엔진을 만든 사람이니 ‘스스로 장치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쓰레드 하루 5개 쓰기, 그것도 헛소리가 아니라 나의 세일즈에 도움되는 말들을 써내려가는 건 정말 어려웠다. 희안하게도 아무런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았다.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한 ‘회피’기제가 훨씬 크게 발동했다.
실패에 대해 제대로 항복한 시점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외 스탠퍼드>를 하자고 만났던 10주차. 그 당시 당장 끝내야 하는 회사 프로젝트가 있었고, 인원 감축으로 인해 각 팀에서 1명씩 퇴사자가 발생하고 있던 때였다. 관성을 끊어내야겠다고 선택한 곳은 광주였다.
그 여행 중 화요일 11시의 에너지는 강렬했다. 나는 처음으로 그 곳에서 ‘회사일’ 말고 ‘나의 일’을 해서 첫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일이 한 개 더 들어왔다고 다른 대표님들에게 자랑할 수 있었다. 그때 느꼈던 효능감과 자신감은 정말 짜릿했다. 대표님들은 ‘좋다! 그렇게만 가자!’ 라고 말해주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 감정은 계속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렇게 앉아있을수만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대표님이라도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만나서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물어보고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내가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정리했다.
내가 팔 수 있는 건, 이런 것들이다.
- 원하는 ‘그 프로그램’ (이커머스 관련하여 크롤링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들)
- 1인 대표님의 브랜딩에 필요한 웹사이트와 notion DB를 기반으로 하는 관리자페이지, 긱어스 결제연동
- 기존에 만들어진 상품의 재조립 (예약매니아, 쓰레드엔진)
이정도다. 만약 네이버 플레이스 순위 트래킹이 필요하다면, 쓰레드에서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 ‘나만의 방식으로 재분석’ 하길 원한다면 그대로 또 만들어 ‘쏟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대표님들이 계신 곳으로 갔다.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기만의 사업을 위해 열정을 토해내고 있는 그 공간 맨 뒷자리에 앉아, 사명의 전략화 과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너무 강렬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당장 나도 몸을 움직여 회사를 던져버리고(!) 사업에만 몰두하고 싶단 감정까지 들었다. 좋았다. 마치 처음 강의를 들을 때의 초심을 찾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감정들은 3개월이면, 6개월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내 자신을 내려놓은 결과다.
회사원, 개발자라는 닉네임도 다 내려놓고, 매일 유튜브를 올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누군가가 흩뿌려둔 씨앗을 모아, 새로운 ‘꽃밭’을 만들어주는게 내 재능 아니었나, 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똑똑한 나’ 의 목표인 6개월은 끝이났고, ‘무식하되 진득한 부분이 있는’ 나의 새 목표를 또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