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따릉이, 그리고 동네 구경

by 크게슬기롭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따릉이를 검색했다. 주변에 있는 정류소는 셋이 있는데, 가장 멀리 있는 정류소에 3대가 있었다. 누군가가 나보다 더 빠르게 따릉이를 대여해 간 경험이 있다. 기껏 걸어갔는데 따릉이가 없는 아득한 상황을 몇 번 겪고 나서야 조금 멀더라도 안정적인 정류소를 찾는다.


지하철을 내려가 대각선 출구로 나갔다. 3분 정도 더 걸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 주변과 정류소가 눈에 보였다. 주변에 걷는 다른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가끔씩은 ‘같은 방향으로 걷던 사람들’ 이 따릉이 대여자들이기도 했다. 간발에 차로 또 몇 번, 따릉이를 눈앞에서 놓쳐 걸어야 했던 경험도 있다. 그래서 따릉이 대여소 주변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걸음이 약간 조급해진다.


한 대를 빌렸다. 오늘의 목적은 빠른 주행이라, 가방을 내려놓지 않는다. 턱이나 바닥 크랙을 지날 때마다 바구니 물건들이 들썩 거리면 신경도 좀 쓰인다. 차라리 등이나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짐도 많지 않겠다, 어깨부터 반대쪽 허리까지 크로스로 매고 탄다. 도로에 사람들이 많이 없는 시간대인 10시의 매력이다. 내가 아는 골목을 나만 통과하는 느낌, 내가 원하는 대로 속도를 조절하며 주변을 원 없이 구경할 수 있는 게 밤 따릉이의 마력이다. 여름날이면, 그 밤의 고요한 느낌에 푸르름과 시원한 바람이 추가가 된다. 그 느낌을 위해 빠르게 달렸다.


횡단보도에 멈춰 선다. 다른 길로 가볼까? 싶어, 오른쪽으로 꺾지 않고 직진한다. 이 동네의 장점은, 길이 마구잡이로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른쪽으로 꺾은 뒤 직진했던 나의 집은, 직진 후 오른쪽으로 크게 꺾어도 나온다. 만약 길을 헤매면 고개를 들면 된다. 그럼 저 멀리 유명한 건물도 몇 개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보이는 건물들이 날 헷갈리게 할 때마다 멀리 있는 ‘저 건물’의 위치를 찾는다. 북극성을 찾듯 내가 아는 건물의 방향으로 가면 또 어떻게 아는 동네가 금방 나온다. 굳이 앱을 켜서 지도를 찾을 필요가 없다. 온전히 내가 달리고 있는 이 도시의 고요함을 느끼면서, 길을 잃을 걱정도 하지 않는다.


몇 가게는 주인이 퇴근을 했고, 또 몇몇 가게는 한창 장사 중이다. 장사 중인 가게들의 음식들을 본다. 술과 여러 맛있어 보이는 안주들, 장어와 마라샹궈, 연어와 회를 파는 집들은 그 시간이 되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기사식당 마저 술을 마시고 싶은 길거리 사람들을 유인한다. 그 시간에 마무리를 하고 있는 가게도 있다. 멋지게 인테리어를 해둔, 술과 파스타를 같이 파는 경양식집이 그렇다. 저 멀리 깔끔하게 생긴 테이블과, 정성스럽게 한 가게 디자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설거지를 해야 하는 유리잔도 잔뜩이고, 오늘 하루를 보낸 만큼의 거대 쓰레기도 치워야 하는 것은 주인 몫이다.


내 마음대로 속도를 조절해가며 여러 가게를 구경한다. 따릉이를 빨리 밟기도 느리게 밟기도 하면서 가게들의 생김새와 파는 음식들을 본다. 그 기억으로 내 머릿속에 ‘집 주변 지도’를 또 만든다. 따릉이를 타고 아무런 길을 가더라도 길을 잃지 않을 나만의 지도 말이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듯 한 군데군데 낯선 곳을 가보고 있다. 탐험하고 있다. 내 머릿속 깜깜하던 지도 모든 부분에 불이 들어올 때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곳을 가보려 한다.


여름밤 10시 따릉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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