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동네, 여기와 새로운 방식으로 친해지기로 결심했어

by 크게슬기롭다

파리에 놀러 갔을 땐 파리에 살고 싶었어. 아침에 일어나 가까운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들고 들어와 빵을 한입 먹으면 어떨까? 입에 바게트 물고 바쁘게 출근하는 그런 모습 있잖아. 그런 삶은 어떤 느낌일까, 바쁘지만 즐겁지 않을까 궁금했어.


뉴욕을 걸어 다닐 때는 뉴욕에서 사는 상상도 했었지. 아침 일찍 일어나 센트럴 파크 어느 곳에 있다던 필라테스 수업을 듣는 거야. 고요한 도시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스스로의 삶을 생각하는 그런 삶 말이야. 실제로 뉴욕에 살아본 친구 왈, 한 달 동안 살면서 꽤 여러 번 갔다고 하더라고. 그 이야기 들으니 더 가고 싶더라.


난 그 비스무리한 동네에 살고 있어. 새벽이나 아침,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이 살아서 그 시간대에 문 연 카페도 있고 운동도 할 수 있는 곳 말이야. 그렇게 바쁘게 출근하면서 사람들 구경하는 맛에 주중을 보냈어. 내가 파리나 뉴욕을 살진 않더라도, 한국의 서울도 그 비슷한 느낌을 주는 동네가 바로 여기더라고. 주중엔 주중만의 매력으로 이 동네를 잔뜩 구경했어. 테이크아웃 커피점과 편의점이 한 골목 마다 한 개씩 있어. 문 닫은 식당들도 많고, 사람들은 자석에 이끌리듯 가까운 역을 향해 열심히 걷고도 있어. 공사 하는 구역도 참 많은데, 이것도 정말 뉴욕을 떠올리게 하더라.


그러고 나서 맞은 첫 주말이 오늘이야. 신기하더라. 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잔뜩 발견했어. 사실 내가 발견한 건 아니고 그들이 오히려 날 발견했겠지. 그들과 다른 옷차림이니까. 물론 엄청 다르진 않아. 다만 내가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리와 뉴욕에 놀러 온 사람처럼 잔뜩 ‘기대감’이라는 옷을 입고 찾아오는데, 나는 그 옷을 입지 않았었거든. 이미 몇 번 찾아오곤 했던 동네라서 낯섦은 없었어. 이 동네 주민이 겪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기대감은 좀 있었는데, 그 경험들은 동네를 잔뜩 돌아다니며 내 발로 직접 찾아야 하는 것들이었어. 주말 지금 바깥에 나간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더라. 하지만 그들은 좀 다를거야. 주말에만 놀러온 사람들이 많아진 이 동네의 느낌도 묘했어. 내가 알고 지내던 모습이 전부가 아니구나 했지. 분명히 머리론 알고 있었거든? 영화나 소설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얼마나 많아. 도시 속 소외도 있고, 젠트리피케이션도 있고... 그런것들 머릿 속에 다 넣고 있었는데도 막상 경험하니까 다르더라. 내 스스로 '어머 새로워' 라고 말을 뱉을 정도야.


이 동네를 즐기는 방법을 많이 생각하기로 했어. '내가 알던 모습과 다른점' 을 꼽는 것도 하난데, 그걸론 좀 부족할 것 같아. 지금 생각한 건 한 골목골목마다 있는 가게들을 차분히 구경하는 거야. 관광객이라면 오히려 못할 것들 말이지.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 모드를 벗어던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경험해보려고 하는 거야. 어떨까?


그 생각 끝에, 오늘은 도넛 집에서 시그니쳐 도넛을 하나 사 먹었어. 도넛은 떡과 팥이 들어있는 빵이었는데, 우리가 알던 그거랑 큰 차이는 없었어. 낫-뱃, 다른 메뉴는 좀 더 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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