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과 친해지는 과정 중 하나를 하고 있어. 방 구조 바꾸기. 계속 이 작고 귀여운 공간을 어떻게 하면 내 마음에 들면서도 내 물건들을 열심히 채워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야. 고민을 하면서 몇 가지 바꿨을 때, 그게 내 마음에 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더라고. 고민하는 시간이 가치 있었단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순간부터 더 ‘나의 것’이라는 느낌을 주더라고. (정말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부엌과 거실, 방을 모두 합쳐놓은 공간 같다고 생각했잖아. 그 안에서도 나는 구역별로 좀 나눠두고 싶었어. 처음 이 방에 놓인 가구들의 배치는 방과 부엌, 두 개뿐이었어. 전에 살던 사람이 부엌을 많이 사용하던 편이 아니라 그런지, 그 가구 배치로는 나의 삶의 패턴과 조금 안 맞더라고. 나는 부엌도 쓰고 거실 개념의 어떤 공간도 필요하고, 누워 쉴 수 있는 곳을 원했는데 말이야.
가만히 방을 노려보니 옷장이 가장 큰 문제였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시야를 턱 하니 가리고 있거든. 이 공간이 좁아 보이더라. 이걸 치워버릴 수 있으면서, 널찍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치가 필요했어. 방 치수를 줄 자로 재고 모눈종이에 가구를 그려서 가위로 오렸어. 그리고 테트리스를 하듯 이 방 전체에서 내가 가구들을 옮겨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몇 개 정도 있는지 좀 파악해봤어. 많지도 않았어. 그리고 몇 가지들은 내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가만히 벽을 보며 멍 때리기도 반복하다, 마음에 드는 배치를 하나 찾았어. 옷장과 침대를 옮겨두는 것 말이야.
하나를 옮겨보니 그 다음번 아이디어가 또 나오더라? 그렇게 조금 또 조금 정리하고, 또 조금 정리하다 보니 결국 내가 원하는 구조로 집의 가구들을 다시 배치할 수 있었어. 냉장고 옆에는 탁자가 필요했거든. 전기 포트랑 티백들을 올려놓는 식탁의 역할을 하는 것 말이야. 그 식탁 아래엔 밥솥도 집어넣어 봤어. 만족스러웠지. 새로 사 온 토마토 박스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밀어 넣을 수 있었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들어. 어쩜 이렇게 쏙 하고 잘 들어갈까. 정리할 수 있는 새 공간이 생긴 게 참 즐겁더라고.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다 보니 최대한 작은 아이템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딘가로 한 번에 몰아넣어버리고 싶은 욕심이 점점 강해져. 큰 박스를 두고 그 안에 몽땅 집어넣고 싶기도 해. 무늬는 식탁보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휴지곽 껍데기를 사서 끼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젠 좀 이해가 된다. 책상 위엔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았으면 좋겠단 마음에 계속 어떤 물건들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
물건이 손에 새롭게 들려있을 때마다 생각하곤 해. 이걸 어디다 집어넣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