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삶에 터전에 가서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경한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문 열기, 그리고 커피포트에 물 끓여서 커피 한잔 마시며 아침의 여유를 즐기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루틴 A부터 Z까지 처리하느라 분주한 나와는 조금 달랐다. 뜨거운 물이 다 끓을 때 까지 가만히 식탁에 앉아 멍때리는 것도 하나의 플랜이었다. 별 생각없이 멍 하니, 부글부글 끓는 물소리만 듣는 것이다. 의도치 않은 물멍(?)은 전기 포트가 올라가는 ‘탁’ 소리와 함께 마무리 된다. 죽도의 소리를 듣고 깨어나는 절간 사람들 처럼, 커피포트의 소리를 듣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커피 한잔을 다시 마시고 릴렉스, 반복한다.
그 생각을 하며 커피를 하나 만든다. 물을 끓일 때 멍을 때렸어야 했는데 카누 가루를 컵에 담을 때 멍을 때렸다. 너무 많은 커피가 담겼다. 다시 숟가락을 하나 가져와 원래 봉지에 집어 넣는다. 아버지랑 같이 마실 때보다 물이 적어서 그런가 물도 금방 끓었다. 부글 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생각도 하기 전에 ‘탁’ 하고 소리가 났다. 명상을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끝내야 했다. 끓는 물을 그대로 컵에 부어두고 잠시 기다린다. 의도치 않게 커피의 향도 한번 즐겨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는 누구에게 질세라 쭉쭉 마셨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강제로 여유로운 사람인 척 커피 윗 부분을 몇 번 호호 불어본다. 얼른 식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여유와 급함이 눈에 보인다. 익숙함과 낯섦일 수도 있고, 그냥 인간 A와 B라고도 할 수 있다. 커피를 하나 내리면서도 그를 나의 시선으로 다시 되돌아본다. 커피를 끓일 때 그렇게 하는 행동이 내 눈엔 여유로워 보일진 몰라도, 그의 머릿속에는 아주 아주 조급한 프로세스이면 어쩌지. 너무 급해서 더 여유로워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그것도 참 재미있는 포인트겠다. 한번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