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과 토마토 지짐, 밥을 곁들인

by 크게슬기롭다

와플 메이커와 ‘누룽지 1차전’을 잘 마쳤다. 그러고 나서 호떡 믹스로 넘어가려 했지만 옆에 사둔 야채가 자꾸 눈에 밟혔다. 누군가는 와플 메이커로 감자전을 해 먹는다는데 호박전은 또 어떨까 싶었다.


동네 여러 마트를 돌며 산 애호박 하나와 5kg에 6000원이라고 하길래 냉큼 산 토마토 박스에서 한 개를 꺼냈다. 와플메이커에 넣어보기 위해 얇게 썰었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한번 더 채를 쳤다. 떡국위에 올라가는 고명 수준으로 얇고 좁게 썰어 가지런히 준비했다. 와플메이커 예열이 끝났다는 사인을 확인하고 준비한 재료를 올렸다. 어제 할 적에 식용유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기름을 두르지 못해 달라붙은 구간들이 조금씩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조심조심 떼내는 게 더 일이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라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며 자신 있게 재료를 넣었다.


도전정신이 문제였다. 나는 …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었다.


와플 메이커를 조금 기다렸다가 열었는데 글쎄, 호박과 토마토가 여기저기 자기 마음대로 붙어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들은 가열한다고 서로서로 달라붙은 존재들이 아니었는데, 그냥 냅다 붙을 거라 생각했다. 나의 실험정신과 그 속의 안일함을 직면했다.


가열하였을 때 붙을 만한 매개체가 필요했다. 밀가루가 있었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사러 갈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밥을 꺼냈다. 밥을 판처럼 깔고 그다음 층에 애호박이 잔뜩 있다면? 그 위에 또 밥이 깔린다면 어제 상상한 치즈 누룽지와도 비슷하겠다 싶었다.


우선 밥을 한 층만 쌓고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았다. 한 층으로 의미가 있었다. 한 덩이만 잘 펴서 올려놓았는데도 이전에 ‘달궈두었던’ 애호박들이 모두 모여버렸다. 밥과 애호박을 같이 프라이팬에 놓고 틀을 잡으면 나오는 모양새였다. 옆 칸의 밥과 토마토도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밥을 곁들인 채소 지짐이. 그대로 집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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