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소주와 파란빛

by 크게슬기롭다

당근 마켓에 들락날락을 한 지 며칠 째 되던 날, 선셋 랜턴을 원하는 가격에 파는 사람을 발견했다. 파란색 선셋 조명이었다. 그 조명은 4가지 색깔을 낼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가격에 파는 사람은 파란색 조명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파는 조명은 노란색, 혹은 빨간색으로 ‘노을을 바로 상상할 수 있는 빛깔’이었다.

애매했다. 찾던 조명 빛이 아니었기에 선뜻 판매자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지 ‘않기’로 결심하고 나고 앱을 끈 순간부터 ‘파란색 조명으로도 충분히 신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나왔다. 가격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파란빛의 조명도 재미있을 수 있다.


기대 이상이었다. 조명은 중심이 파랗게, 그리고 가장자리로 가면서 보라색과 노란색을 뗬다. 벽에 가만히 비추어보았다. 동그란 그러데이션의 빛이 생겼다. 원래 가지고 있던 하얀 스탠드 조명은 그림자도 만들었는데, 그게 꽤나 묘했다. 거울에 가만히 비춰보니 거울에 반사된 빛이 천장으로 흐르기도 했다. 누워서 가만히 빛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빛을 가만히 보면 몇 시간이고 멍 때리기를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에어컨을 가만히 틀었다. GEMINI의 PASS를 틀었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나갔다. 블루베리맛 탄산이 들어가 있다는 좋은데이 소주를 하나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잔, 노래와 조명, 시원한 나만의 공간과 좋아하는 노래로 꽉 찬 ‘파란색의 순간’이었다.


그렇게 6월의 마지막 금요일을 마무리했다.


+

안주도 만들어먹겠다며 또 한번 와플메이커에 불을 붙였다. 이번엔 감자전에 도전했다. 감자전 가루와 부추를 사서 준비했다. 이젠 성공을 하고 싶었다. 열심히 식용유를 두르고 준비된 감자전 반죽을 넣었다. 치익 익는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 술과 노래, 찬 바람에 취한 채로 가만히 기다렸다.


감자전 익는 냄새가 나길래 와플기를 열어 확인했다. 결과는? 또 실패. 먹던 술이 살짝 깼다. 에휴 … 크로와상 생지를 사서 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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