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를 한참 썼다. 세탁기는 한 번 돌리는데 약 1시간 반, 건조기는 2시간 10분 정도 걸리곤 했던 기억도 있다. 세탁 과정은 종종 건조기에서 병목 현상을 보였다. 색깔이 있는 빨래와 없는 빨래를 구분해서 돌릴 때가 문제였다. 앞선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고 나서 두 번째 빨래를 돌리는 것 까진 문제가 없었다. 두 번째 빨래를 빨리 건조기에 옮겨 담아두고 외출을 하고 싶은데 40분 정도의 시간 차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다. 건조기와 빨래가 같이 끝나 있으면 몸을 한번 움직여도 되는데, 작업 시간 차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건조기에 빨래를 잔뜩 넣고 돌리면 몇몇 옷은 꼭 구겨져 나왔다. 웬만한 옷들은 참을 수 있었지만 여름에 종종 입는 티셔츠, 혹은 청바지들의 구김이 많이 신경 쓰였다. 바지의 경우 두 다리 부분이 길어서 그런지 세로로 접힌 채로 계속 건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세로줄이 너무나 많이 생겼다. 발목 부근에 보이는 강한 구김들도 참 애매했다. 건조기가 편리해서 좋지만 원하는 형태대로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 그랬다.
결국 티셔츠는 건조기에 넣지 않고 탁탁 털어 옷걸이에 걸어 말렸다. 바지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건조기 대신 건조대와 살고 있다. 좌우에 균형 있게 빨래를 올려놓지 않으면 어느 순간 기울어 넘어지는데 공간은 너무나 많이 차지하는 그것 말이다. 친구는 건조대를 너무나 사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하지만 그 ‘구김’을 참을 수 없는 나는 건조대의 귀찮음마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다. 건조대에 걸어놓은 것들은 건조기의 장점을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아주 깔끔하고 빳빳하게 말라있다. 더 이상의 다림질이 필요 없을 정도다. 티셔츠와 바지를 갤 때마다 내적 박수를 치기도 하는데, 아무런 구김 없이 반듯한 상태의 빨래가 이렇게 사람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생긴 대로 접으면 깔끔하게 접어지는 그게 예상치 못한 쾌감을 주었다. 건조기에 들어갔다 나온 빨래들은 뜨거운 김을 내뱉기도 했고, 구김이 어느 정도로 있어 꼭 시접을 맞춰 접는 움직임도 좀 필요했는데 이건 그럴 것도 없었다.
아직까진 건조대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