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손님을 위한 메뉴 : 치아바타

기본에서 벗어난 치아바타 만들기

by 크게슬기롭다

자주 찾아오지만 올 때마다 새롭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 사람을 위해 어떤 음식을 할까 고민을 하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던 ‘치아바타’가 떠올랐다. 회사 주변에 있는 비건 빵집을 갔는데 그곳에서 파는 쑥 치아바타를 먹고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쑥 떡을 먹는 것처럼 치아바타 중간이 쫄깃한 것도 좋았고, 그 향이 빵 안에 가득 배어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고 했다. 그래서 치아바타를 잘하는 빵집들을 찾아보고 싶다나 뭐라나.


내게 빵은 새로운 메뉴였다. 프라이팬과 냄비를 사용하지 않고서 무언가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침 최근에 누군가가 (안 쓴다며) 에어 프라이어기를 주고 갔다. 에어프라이어, 치아바타라고 검색해보니 반죽도 많이 필요 없는 레시피가 나왔다. 원래 빵을 만들고자 한다면 필요한 ‘발효시간' 도 필요 없었다. 무 오븐 무반죽의 빵을 만든다는 것이 ‘기본을 너무나 벗어나는’ 행동이라고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특징이 ‘익숙한 손님’과 너무 닮아있었다. 기본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손님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너무나 반겼다. 경험을 해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스스로를 돌보고 키우는 재미에 보내고 있다는 그의 한마디도 떠올랐다. ‘이미 기본을 따져 그에 맞게 살기엔 너무 늦어버린 게 지금이라, 기본을 무시하려 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다면 그 방식도 수용하겠다’는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내 치아바타와 비슷했다.

노오븐, 예스 에어 프라이어기, 드라이 이스트와 통밀가루, 뜨거운 물과 좋아하는 견과류를 사 와 치아바타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1. 미지근한 물 150g에 이스트 2g를 섞었다.

2. 통밀가루 200g에 소금 4g도 넣었다.

3. 올리브유 10g를 넣고 싶었지만 집에 8g밖에 없어 그걸 탈탈 털어 넣었다.


잘 뭉쳐지도록 반죽을 하고 나서 유리그릇에 집어넣었다. 8시간~10시간 정도만 기다려서 꺼낼 참이었다. 4시간 정도 지났나, 유리그릇에 가득 반죽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넓은 통을 꺼내 반죽을 옮겨 담았다. 겸사겸사 반죽을 뒤집고 치대며 섞었다.

그리고 6시간 후가 지나 반죽을 꺼냈다.


4. 총 10시간 후 반죽을 꺼내 4등분을 했다. 4가지의 버전으로 맛을 곁들였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것, 아몬드를 뿌려 넣은 것, 잘게 빻은 아몬드를 반죽에 넣고 반죽 겉에 소금을 잔뜩 묻힌 것, 후추와 소금을 섞은 것으로 말이다. 집에 있는 재료들 중에 ‘맛을 만들어 내는 것들' 이 많지 않아 아쉬운 대로 향신료와 함께했다.


5. 10분씩 4번 구웠다.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었더니 병아리 같은 치아바타 빵이 되었다. 이탈리아 어로 ‘슬리퍼’라는 의미라는데, 내가 만든 ‘슬리퍼’는 겨우 발 앞부분에 신을 만한 수준이었다. 길게 늘여보았지만 워낙 반죽을 작게 만들어 그런지 넓어지지 않았다. 작은 에어 프라이어기도 한몫했다. 아쉽지만 작고 동그랗게 만들었다.


병아리 뒷통수 같기도, 누워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6. 이제 그 손님을 기다리면 된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병아리 같은 치아바타와 함께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4가지 버전으로 만든 치아바타처럼 여 러버 전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본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볼까 한다. 내가 만든 빵은, 그리고 익숙한 그 손님의 삶은 ‘기본’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지, 그 거리감이 주는 ‘매력’은 무엇일지 잔뜩 관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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