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100번 쓰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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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벌써 몇 번의 백일을 지나왔나.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혼자 글쓰기를 하면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가장 즐거운 주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다.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타인과의 이야기 중에선 ‘시작’ 그리고 ‘끝’ 이야기가 재미있다. 나의 이야기는 대부분 ‘지금’ 혹은 ‘요즘’ 이 재미있다.


최근엔 누구의 연애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연애를 시작했는지, 얼마나 자연스러웠고 아무런 기척도 없이 시작했는지, 그렇지만 연인이 되었는지 결론을 낸다. 시작에 대한 결론. 가만히 듣기만 해도 좋았다. 결론이 있는 이야기라서 마음도 편했다. 그리고 잘 된 이야기니까 더욱 좋았다. 그 둘의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결혼하는 친구들에게 무한한 행복을 빌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네가 지금 행복하다면 그게 쭉 오래가길’ 하는 마음으로 들었다. 자꾸만 더 그 친구가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것저것 질문도 했다. 그 친구가 행복하게 이야기를 하는 순간엔 나도 행복했다.


또 누군가는 자기의 삶의 일부였던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앞으로 뭘 할지는 정해야 하지만, 일단 6개월 정도 쉬기로 했단다. 그 기간 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돌아보려고 한댔다. 채팅으로 수다를 떨다 문득 그의 얼굴을 보자 그는 정말 크게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행복해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끝을 맺는다는 게 그 정도의 즐거움이냐고 따져 묻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고기를 살 테니 술을 마시자고 꼬시고 싶을 정도였다. 미래의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고 지금의 회사를 그만둘 수 있냐고 자세하게 묻고 싶었다. 그의 끝엔 행복이 있었다. 또다시 무한한 행복을 빌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네가 똑똑하니 분명 그 선택도 옳았을 것이다. 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너도 오래 참았구나. 참은 끝에 그런 결론을 내리다니 그런 신중한 모습은 참 어른 같다느니 하는 말들을 그에게 던졌다. 그와 나는 똑같이 그의 퇴사 이후 삶을 상상했다. 편안하고 안락한 어떤 순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네가 금전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너의 선택이 맞는 선택이었음을 꼭 보여주길. 그래서 너의 그 새로운 인생을 찾아내길’ 하는 마음이 마음속에 가득 찼다.


둘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 나는 나의 ‘지금’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지금 무언가를 끝내지도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냥 진행하는 중이다. 버티는 중이다. 애매함을 버티고 고생을 버티고 무시하고 끝이 있을 거라고 믿는 중이다. 요즘 나는 그렇다. 나는 버티는 힘이 약하다. 애매함을 무심하게 견디고 싶지만 항상 전전긍긍해한다. ‘너무 애매하지 않니?’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댄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어제 달라진 나와 오늘 달라진 나의 상태를 발견한다. 지금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중인 상태를 버티는 건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런데, 매일 버티면서 하는 나의 생각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그게 재미있다.


이번 100번은 사람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조금 더 ‘인류학자’가 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그 상황 속에 벌어진 일을 써보려고 한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시작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아니면 ‘끝내는 이야기’가 되진 않을까? 그럼 그들도 오늘의 나처럼 그렇게 자기 자신의 ‘요즘’ 도 되돌아보지 않을까? 그리고 얼마나 나는 한두 발자국 더 앞으로 나왔는지 깨달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의 물꼬 하나 정도의 글을 써보고 싶다. 100번 동안, 숨 쉴 때마다 가끔 느껴지는 재스민 향처럼, 은은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