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울며 떠올린, 다섯 글자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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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오후부터 계속해서 승질이, 화딱지가, 멘탈 붕괴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눈으로 보고 있는 글자들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은 지 오래였다. 다 내가 만든 것들이었다. 뒤죽박죽이고 엉망진창인 이것들이 점점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엄마가 어제 해준 한 마디가 갑자기 떠올랐다. 엄마의 조언대로 00000을 외쳐보려고 그 순간을 잠깐 떠올렸다. 엄마는 손에 든 자그마한 손가락 만보기를 내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 스님이 00000을 외치라고 했어. 나는 진짜 말을 안 들었는데, 그냥 이젠 친구한테 불만을 털어놓을 시간에 00000이나 외치려고.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조금 진정되더라.”


문제는, 저 00000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옴마니 반메홈이었나? 그건 여섯 글자라 아니었다. 저기엔 다섯 글자가 들어가야 했다. 갑자기 가수들의 노래도 떠올랐다. 아엠어굿보이라는 글자가 떠오르면서 머릿속에서 태양과 지디의 춤이 재생되었다. 완전한 오답. 종교 관련된 단어였는데, 알라쿰말라? 이건 말도 안 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떠올렸다. 답이 안 나왔다. 이러다 머리가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나를 위한 나만의 아무 말이나 지껄이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그냥 그 순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게 아니라, 가만히 앉아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주문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계속 몇 번을 외쳤다.


나는 몰입한다. 나는 몰입한다. 나는 몰입한다….


열 번을 넘겼을 무렵 나의 집중력은 (내 감정이 아닌) 업무 문서로 다시 향해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문서를 고쳐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중하던 순간, 갑자기 한 사람이 말을 건넸다.‘저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왼쪽 사람이 일어났다. 여섯 시라는 뜻이었다. 뒤에 앉은 사람은 텀블러를 씻으러 갔다. 되돌아와선 ‘저도 들어가 보겠습니다’라고 외치고 떠났다.


두 명이 떠나고 셋이 남았다. 모두 30분 정도 퇴근시간을 더 남겨둔 상태였다. 아까 그 문서는 아직 남아있었다.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다시 스트레스를 주었다. 아까 버텨냈던 그 단어를 찾지 못한 채 ‘몰입’을 하려던 내 머릿속은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물이 들어있지도 않은 텀블러를 계속 입에 가져다 대다 못해 일어나 물 한잔을 떠 왔다.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하늘을 보았지만 ‘예쁜 구름’은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5분도 채 남지 않았다. 타자를 우다다 치기 시작했다. 북북 거리며 마우스 휠을 굴려댔다. 여기 링크를 따서 저기에 붙이고, 내용을 정리하기를 반복했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오른쪽 사람과 뒷사람도 일어났다. ‘먼저 가볼게요’ 하고 떠나는 사람과 ‘많이 남았니?’ 하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낸 다음 또 자리에 앉았다.

마무리를 하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오늘의 하루가 담긴 눈물을 흘리고 휴지로 마구 닦던 중엔 아까 떠올리지 못했던 단어도 떠올랐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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