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크로스핏을 갔다. 지난주까지 제출했어야 했던 해커톤 파일을 메일로 보내고 나서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몰입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내 삶의 방식이 깨진 게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삶의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하는 해커톤은,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았다.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텐션 있는 과제들을 수행하고 싶은데, 그때마다 나의 삶의 모든 것들을 그만하고 딱 하나에만 집중한다면, 금방 스스로 부서지고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크로스핏과 해커톤 2차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균형 있게 꾸준히 조금씩 계속 말이다. 먼저 아침 루틴을 지키기 위해 6시 30분에 박스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괜히 반가웠다.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어야만 그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던 나였는데, 그 반가운 감정 때문이었을까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시작했다. 뇌가 스스로 ‘움직이기를 결심하고’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 대화는 항상 로봇처럼 어색하게 나누고 말았는데 오늘은 좀 달랐다.
그래서 그랬을까, 운동을 하는 중간에도 옆 사람들과 이야기를 잠깐, 끝나고 나서도 스몰톡을 이어갔다. 크로스핏 운동회 준비를 위한 와드 연습과 고민까지 모두 한큐에 처리했다. 세상에 이렇게 내 뇌가 잘 돌아갈 줄이야, 항상 대화를 위해 고민하느라 결국 ‘버벅거리는 대화’를 하던 나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로 잠들어있던 뇌가 깨어난 느낌이었다. 신기할 정도로 말도 잘 나왔다. 운동도, 잘됐다. 연습하고 싶었던 동작은 원하는 시간에 맞게, 참을만한 수준으로 완료했다. 나의 루틴을 지키겠다며 나온 내가 다시 나에게 큰 보상을 주는 순간이었다. 오늘만큼은 샤워를 하며 방금 대화를 되뇌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자연스러웠다. 스스로의 마음과 뇌에서 더 이상 나만의 단점을 찾지 않게 된 건 아닐까. 후 - 하 -
게다가 주짓수 + 헬스 + 바디프로필 + 해커톤 이야기까지 했더니, 그 이야기 전체에 대해 너무나 궁금해하는 사람과의 수다도 참 즐거웠다. 그 사람은 ‘잘하고 싶은 마음’을 자기 발전의 에너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 내가 참 좋아라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들의 삶이 내 삶과 접점을 찾았을 때의 희열, 그게 또다시 내 뇌에 잔뜩 퍼졌다. '살 맛 난다'라는 CF의 한마디가 떠오를 정도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뭘 잘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기회들이었다. 더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좀 더 세밀하고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이 자주 생기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로. 가끔은 내 삶의 상태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비유해 상상하곤 하는데, 오늘은 이랬다.
“드디어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 속에서 하나의 작고 깔끔한 쉼터를 발견했다. 그 쉼터는 유리로 되어있었는데, 바깥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몇 겹의 문이 있었다. 거센 모래바람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낮은 층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는데 결코 좁지 않았다. 나는 그 문을 통과하고 들어가 드디어 내가 쓰고 있던 나만의 마스크를 던져버리고는 큰 호흡으로 쉼터 속 맑은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빙챗으로 생성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