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료 어드벤처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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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최씨 가문이 하는 치과가 하나있다. 이름은 ‘최치과’. 들어가면 최씨 선생님 세분이 돌아가며 진료를 봐준다. 어르신 한분과 여성 둘, 아빠와 두 딸인 것이다. 가끔 스케일링을 하며 그들의 이력을 볼 때 마다 그들의 삶이 부럽기도 했다. 아버지는 참 자식을 잘 키웠고, 딸들은 잘 아는 의사가 있는 개인 병원에 들어가 주니어 시절을 보내며 일을 배웠겠다 싶었다.
한창 다이어트를 하며 웨이트 운동을 반복하고, 아몬드와 껌을 씹으며 스트레스를 날리던 때가 있었다. 그 즈음부터 이와 잇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최치과에 찾아갔다. 최씨 가문의 선봉장, 원장님이 진료를 봐주었다. ‘아픈데요. 이가 시려요’ 라고 말하자 엑스레이도 찍어주었다. 그리고 나선 ‘이가 아픈 구조긴 한데, 그렇게 계속 아프다니 마음이 아프다.’ 라며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반말도 섞어서.
“00아. 선생님은 네가 진짜 걱정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니? 최근에 영업사원이 왔는데 이가 다 내려앉아있었어. 일 스트레스라고. 너가 계속 아프면 큰 병원 가봐야해. 선생님이 너 정말 그렇게 아프면, 대학병원에 써줄 수 있어”
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로, 스트레스 떄문인가 싶어 한동안 통증이 느껴져도 참았다. 찬 물을 마셔도 이가 시리고, 질긴 음식들을 어금니로 먹을 땐, 음식의 기쁨과 통증이 함께 찾아와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런 소스가 없는 양배추는 괜찮지만 소스가 가득한 양념 고기들은 고통을 주었다. 그게 점점 강해져 앞니쪽 잇몸까지 영향을 주었다.
또 최씨 가문 치과에 찾아갔다. 이번엔 딸을 만났다. 또 아프다고 말했고, 의사선생님은 ‘그렇게 아플 것 같진않은데, 지금 나이에 무언가를 더 하기엔 너무 아깝다’ 라고 말하며 그 외의 치료를 하지 않았다. 내 (스트레스) 문제인지, 정말 치아 건강의 문제인지 구분을 하고 싶었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의사선생님은 새로운 선택지를 주었다.
“대학 병원에 가보세요. 대학 치과병원엔 구강내과 라는 곳이 있어요”
못먹어도 고, 거기서도 만약 ‘스트레스 때문’ 이라고 말하면, 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겠단 마음을 먹고 예약했다. ‘모월 모일 모시, 방선생님’ 으로 예약을 하고 기다렸다. 이상하게도 치과에선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만 느껴지는 통증을 잘 표현해야겠단 생각에, 몇 번 적기도 했다.
1. 일을 하다 보면 ‘힘을 풀어야 겠다’ 는 생각이 들어 입에 힘을 뺀다
2. 입꼬리를 들어 웃다보면 입 전체에 힘이 들어가있다는 느낌을 받아 힘을 빼고 무표정을 짓기도 한다.
3. 복근 운동을 하며 숨을 참아야 할 때 입에 힘을 많이 준다
모월 모일이 되었다. 방선생님을 만나러 0000 병원으로 향했다. 치과 병원에 찾아가기까지 조금 헤맸다. 도착해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것’ 부터 시작해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계속 기다렸다. 두리번 거리며 접수하고, 앉아있다보니 하얀 가운에 코로나 방지용 옷을 한겹 더 입은 어떤 사람이 나를 불렀다. 의사인 것 같았다.
대학 치과 병원이 동네 치과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했다. 칸막이가 쳐져있는 공간에는 치과 베드가 하나, 그리고 컴퓨터가 하나씩 있었다. 보통의 환자들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의사가 내게 하나둘 씩 물어왔다.
‘무엇이 아프셔서 구강내과에 오셨죠?’ 라는 말에, 지난 치과에서 했던 말을 반복했다. 거기서 구강내과로 가보래요, 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컴퓨터 앞에 앉은 의사는 ctrl + tab 을 눌러가며, 질문 내역과 나의 답을 차례대로 적어갔다. 대답을 하며 계속해서 의사의 표정을 살폈다. 점점 그 사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언가 내가 대답을 명확하지 않게 하고 있나 싶어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더 애매한 답변들이 마구 튀어나왔는데, 턱관절 질문에서 정점을 찍었다.
"턱을 움직일때 소리가 나시나요?"
소리가 나긴 났다. 근데 이 소리, 나만 들을 수 있는 것도 소리라고 해야 하나? 나의 귓바퀴로 들어온 소리말고 내 인체에서 나는 꼬르륵 같은 소리도 소리라고 해도 되나? 싶어 헛소리를 했다.
"네… 나긴 나는데,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하죠?"
그러자 의사는 몇가지 예시를 주었다.
"딱딱 거린다, 으드득 거린다..."
그 예시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아주 미세한 소리였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린데요. 뭐 굳이 표현하자면 라디오 주파수 같은?’ 이라고 말하고 의사가 작성하고 있는 일지를 쳐다봤다. 의사는 뭘 적더니 다 지워버리고선 (-) 라고 적었다. 그래, 그정도 소리는 ‘없다' 고 말하는게 나았겠다, 싶었다.
내 턱과 머리를 잡고 몇 번 입을 벌려보라고도 시켰다. 뭔가를 느낀 의사는 그 내용도 적었다. 컨디션 체크를 마친 의사는 잠깐 나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오라고 했다. 후다닥 다녀와 최종 보스 방선생님을 기다렸다.
방선생님은 개인 방을 갖고 있었다. 그를 둘러싸고 4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서서 그의 진료를 보고, 배우고, 실습했다. 그의 주변에는 또 다른 치과 인턴들이 서있었다. 내 컨디션 체크를 한 그 의사가 가장 가까이 서있었다. 장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보통 치과에서 원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구강 내과에 옵니다’
예, 저도 그래서 왔어요. 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평소 턱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치과에서 듣진 않았나요?’
앗, 치과에서 그런 이야기는 못들었었다. ‘헉 아니요’ 라고 말하자 장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하고 진료를 이어갔다.
‘지금부터 제가 누를건데, 아픈 정도를 상/중/하 로 표현해주세요’
조금 긴장이 되었다. 선생님은 관자놀이부터 시작해 귀 옆, 광대, 턱 하관, 목, 어깨에 이어 하나씩 부위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아예 느껴지지 않는건 하, 느껴지는 건 중… 정도로 이야기를 했다.
‘하, 여기도 하, 여긴 중이요, 여기도 중…’ 그러자 선생님은 인턴에게 영어로 단어를 던지기 시작했다.
‘마일드, 마일드, 모더레이트, 모더레이트…’
한국어를 영어로 바꿔 이야기 하는게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껄껄. 진단 결과를 영어로 듣는게 처음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수술하는 순간에 듣는 그 ‘의사들의 영어 단어’ 를 직접 내 귀로 들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턱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왔다. 턱은 생각보다 오래 쓰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30일짜리 약도 받았다. 약을 먹고 입벌리기 운동을 하면서 통증이 얼마나 완화 되는지도 알아채야 한다. 다음번 장 선생님에게 리포트를 하기 위해 스스로 더 자세히 적어두기도 해야한다. 결국 이가 아니라 턱이었다.
어깨와 목에 연결된 근육들을 풀어주는 물리치료도 받으며 생각했다. 이건 정말 스트레스 때문이다. 내가 대부분의 힘을 입과 그 주변 근육들로 받고 버티고 있었다. 무언가를 씹는 행위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내 상체에 항상 힘이 들어가 있는것, 어딘가로 빠르게 튀어나가기 위해 스프린트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것과 다 연결이 되어있었다. 단거리 선수처럼 금방 튀어나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던게 나였다. 그래서 등이 , 어깨가 굽어있고 말려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바꿔야 했다. 스트레스를 ‘찾아 헤매는' 내 정체성까지도 말이다.
나는 왜 스트레스를 찾아 나서는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남겨둔 채, 치과 치료 어드벤처 1탄은 이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