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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생님과 만날 두 번째 날이 찾아왔다. 마음 편히 찾아갔다. 아는 건물들 사이를 지나 한 달 전에 봤던 ‘그 문’으로 들어갔다. 마스크 하지 않은 나를 보고 경비 담당자가 말을 하러 다가왔다. 그의 이야기를 예상할 수 있었다. 재빨리 오른손을 들어 편의점을 가리켰다. ‘사러 가는 길이에요’라는 입모양을 크게 보여주면서.
마스크를 사서 끼고, 접수대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또 하나의 퀘스트를 받았다.
“저기 가서 맥박 재고 이름 부르기를 기다려주세요”
네네, 대답도 크게 하고선 맥박을 쟀다. 기계가 움직이며 내 팔을 조이는 순간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크게 불러댔다. 000 씨! 000 씨 안 계세요? 라며 부르는 목소리에, 맥박 기계에 팔을 잡혀 있어 어떻게 움직이지도 못했다. 네, 저 여기 있어요. 맥박재요,라고 크게 대답했다. 간호사는 크게 목을 빼고 코너에서 맥박을 재고 있는 나를 살폈다. 안온줄 알았어요.라고 말하고선 기다려줬다.
그리고 1번 방으로 향했다. 한 달 전에 봤던 방선생님이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엔 (지난번과 달리) 한 명의 인턴만 뒤에 서있었다. 방선생님은 뻔한 질문을 던졌다.
“약은 다 드셨나요?”
서른이 넘었지만… 꾸준히 약을 다 챙겨 먹진 못했다. 의사가 말한 약을 꾸준히 다 먹을 정도로 좋은 습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마, 이렇게 스트레스 관리를 못한 턱을 들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의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네’라고 대답했다.
“약을 먹고 나선 진통이 약화되었나요?”
“아니요” 이건 확실했다. 진통과 약은 별개였다. 약을 먹고 잠들어서 그럴 것이다. 보통의 통증은 밥 먹을 때마다 느껴졌었고, 약을 먹고 난 다음엔 밥을 더 먹을 일이 없어서 비교할 것도 없었다. 그냥 뭐, 내가 아는 그 통증은 그대로였다. 그전에 따로 통증의 빈도를 세돈 것도 없어서 비교할 것들이 아예 없었다. “그래도 잠은 잘 잤어요. 편안해지더라고요” 그 말도 나름 도움이 되는 말이었나 보다. 방선생님은 타자로 몇 번 두드리더니 잘 됐다며, 약을 더 먹어보자고도 말했다. 그리고 나선 치과 베드에 누웠다. 인턴 선생님이 컴퓨터 앞에 앉아, 방선생님의 이야기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
46mm 어쩌고. 그리고 나선 내 위아랫니가 잘 만나고 있는지 종이를 하나씩 넣고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앙 무시고요, 벌리시고요, 앙 무시고요, 벌리시고요… 를 반복했다. 몇몇 이에서는 틈이 생겨 종이가 후루룩 빠져나갔다. 몇몇 이는 괜찮았다. 방선생님은 기억을 하고 나선, 오른쪽 3,4,7, 왼쪽 1,3,5,6이라고 했다. 이가 많이 갈려있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잠깐 하던 방선생님은 새로운 아이템을 하나 제안해 주었다. 구강장치! 잘 때 이를 갈고 자는 아버지를 둔 내겐 너무 익숙한 것이었다. 가격이 좀 나간다는데, 뭐 어떠랴. 어차피 지금 안내면 나중에 낼 돈이겠지 싶어 냉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본뜨고 가라고도 덧붙였다.
새로운 챌린지가 등장했다.
내 위, 아랫니 본을 뜨기 위해 또 다른 구역의 의자에 앉았다. 아까 그 인턴선생님이 와선, 입 속 어금니 위치를 체크하더니 입 안 가득 그 재료를 넣었다. 입술에 힘 푸시고요 입도 너무 벌리지 마세요,라고 몇 번 이야기를 들으며 본뜨는 재료가 굳길 기다렸다. 굳은 재료가 내 이에서 떨어지지 않자 방금 전까지 능숙하게 행동하던 인턴이 당황했다. ‘아~’ 하는 소리를 내라고 했다. '으아'라고 말을 하니 그제야 겨우 입천장에서 떨어졌다. 뭔가 찝찝함이 남는 본뜨기였다. 모든 이와 한 번씩 닿아야 할 것 같았는데, 안쪽 구석의 이는 그 본뜨는 약품이 묻지 않은 느낌이었다. 인턴선생님이 다가와선 한번 더 본을 떠야 한다고 했다. ‘사랑니 부분이 잘렸'기 때문이었ㄷ다. 그렇게 또 입안 가득 본뜨는 재료를 물고 몇 분 기다렸다. 다시 입술에 힘을 풀고.... 등등등을 반복했다.
그다음 하나 더, 레이저 치료도 받았다.
어떤 공간에 앉았다. 초록색 안경을 쓰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한 다음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는 어떤 기계를 내 턱이 시작되는 양 옆에 가만히 가져다 댔다. 내가 받고 있는 건 5분짜리. 거울을 통해 보이는 초록안경 쓴 내 꼬락서니가 정말 웃겼다. 세기말 패션에서나 볼 수 있는 안경을 쓰고선 기계를 가져다 댄 게, 봉준호 감독의 금자씨에나 나올법한, 혹은 구교환 이옥섭 영화에나 나올법한 그런 묘한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기억하고 싶었다. 두리번거리며 기계들을 살폈다. 거울, 기계 번호, 환자 통증에 따른 레이저 세팅 시간과 강도를 기억하려 했다. 그렇게 1분 같은 5분을 지나 치료를 마치고 돌아왔다.
남은 한 달의 퀘스트인, 30일 치 약을 받고 난 다음에서야 어드벤처는 끝이 났다. 이젠 약 잘 먹기. 그리고 잘 자기.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말, 내 스트레스를 이젠 조금 더 조절할 줄 알아야겠다. 다음 한 달, 나의 구강장치를 받을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