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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점심을 같이 먹던 선배가 질문을 하나 던졌다.
“내가 그런말 한적이 있나? 이제 살 날이 얼마 안남았다고 느낀다는 말.”
아니라고 대답했다. 선배는 이어서 말했다.
“앞으로 애기 낳고 대학보내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곧 죽을 날이 올 것 같아. 40년 정도만 살면 이제 죽겠지?” 그가 말한 40년이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의 걱정과 불안, 계획이 섞여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점심을 먹었다. 주말을 보내기에 좋은, 적절한 화두였다고 선배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오늘, 어제의 문장에 계속 맺혀있었다. 나는 살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는 40년을 본다면, 나는? 10년이 남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나는 그 동안 뭘 해보고 싶나.
난 내가 하는 상상이 실제로 이루어지길 바랬다. 상상이 이루어지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 당연한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생각하는 것을 실제’ 로 만들 수 있는 직업을 택했다. 말뿐이 아닌 직업,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 혼자 요동쳤던 순간에도 ‘당연한 것을 향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직업을 갖고 나니, 여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직업을 갖는 것은 시작지점일 뿐이었다. 그 다음의 ‘상상’은 비즈니스 문제를 척척 푸는 나로 바뀌었다. 노력했다. 나의 상상이 꽤나 괜찮은 방향이라는 ‘신뢰’가 있었기에 끊임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
그런데, 삶이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을 해보니 이 방향도 너무 멀다고 느껴진다. 해적왕이 된다던 루피의 꿈 같이 느껴진다. 그 꿈이 ‘진짜 이룰수나 있는 건지’ 파악하지도 않고 세운 원대한 꿈 인 것이다. 남은 10년, 120개월, 120 * 30 = 3600일이라고 숫자로 계산을 해보니 너무나 앞으로 남은 시간이 내게 와닿았다. 3600이라는 숫자는, 너무 적다. 3600번의 아침에 나는 무슨 행동을 하겠다고 말하며 눈을 뜰 수 있을까? 메모장을 켜고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괜히 영화 시나리오 하나 쓰고 싶어
소설 못썼던 건 완료하고 싶다. 유튜브로 사회화 하는 사람들 이야기, 언젠간 진짜 펼쳐질 것 같은데 마치 예언처럼 미리 소설로 나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사람들이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달라져있을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더 잘 쓰게 해주는 걸 만들고 싶어. 교환학생 때 만났던 교수님에게도, 내가 일기를 쓰게 도와주었던 룸메에게도 그 서비스를 한번 보여주고 싶다. 그게 효과적이지 않더라도 말이야.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쓰고 싶은 글감’을 금방금방 찾아서, 쓰기 싫어지기 전에 얼른 쓰고 퇴고하는 그런 삶을 살길.
방 3개짜리 집에서 살고 싶은 건 유효해. 하나는 작업실, 하나는 옷방, 그리고 남은 하나는 침실로. 철저히 공간을 분리해서 내가 그 공간에 도착하기만 해도 그 행동이 절로 나오게 하는 그런 습관을 만들고 싶어.
그리고 시간 부자가 되고 싶다. 시간과 체력부자.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운동을 가고, 운동 후 출근을 해도 지치지 않는 체력. 그건 3600일동안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3600일 정도 후엔, 아니 1800일 정도까진 고군분투 하더라도 그 이후엔 나 스스로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어 고통스럽지 않게 나 자신과 지내는 법을 깨달았다며 구구절절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좋은 키보드도 다 쳐보길
궁금해하던 지식들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잘 쌓이길. Neural ODE 같은, 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더 나은 미래를 예측하기에 좋은 모델들의 scratch를 구현할 수 있길.
머슬업은 정말 좀 해보자. 몸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움직이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마지막 10번을 채우지 못했다. 10번은 왠지, 미래를 위해 남겨두고 싶었다. 1천일 하고 며칠이 더 지난 어느날 돌아와서 채울 예정이다. 다른 사람들의 3600일 플랜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시간은 100글 쓰기를 앞으로 36기나 더 할 수 있을 만큼 길기도 한 시간이다. ‘처음엔 페이스 잡고 가는겁니다. 마지막에 스퍼트를 올리는거에요. 중간 지점부터 전략을 바꿔가도 됩니다’ 라는 떠올리기도 해야 하는 그런 시간들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
운전하는 토끼, 선글라스도 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