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달콤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동네는 조용하고, 길거리에는 부지런한 사람들만 보인다. 나는 운동복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도 슬로우 조깅의 시간이다.
"오늘은 조금 더 빨리 뛰어볼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곧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아냐, 천천히. 우리 인생도 그렇잖아."
사실 슬로우 조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이게 운동이 될까?" 하는 의심이 많았다. 발을 떼자마자 격렬하게 뛰는 마라톤 주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이 운동, 아주 로맨틱한 매력이 있었다.
천천히 뛰다 보니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빨리 뛰었다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슬로우 조깅의 첫 번째 마법이다.
"멈추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조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인생도 그렇다는 것.
늘 앞서 나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달리기에서 1등 하는 건 아니지만,
'나만의 속도'로 걷고 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중간에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말했다.
"뛰는 거예요, 걷는 거예요?"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게 슬로우 조깅입니다. 요즘 대세예요."
아주머니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속으로 "요즘 것들은 참 새로운 운동도 많네." 하고 계셨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느릿느릿한 운동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고, 로맨틱한 운동인지.
숨이 차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사색의 시간이 찾아온다.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같은 소소한 고민부터,
"삶의 의미란 뭘까?" 같은 철학적인 생각까지.
한 번은 조깅을 하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지금 뛰면서 전화하는 중이야."
친구는 놀라며 말했다.
"달리면서 통화가 돼?"
"응, 슬로우 조깅이야. 숨 하나 안 차고 아주 여유로워."
이렇게 나는 운동과 여유를 모두 잡았다.
이게 바로 슬로우 조깅의 두 번째 마법이다.
"운동하면서도 삶을 즐길 수 있다."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해가 천천히 떠오르며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가끔은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달리고 있으니까.
어쩌면 인생도 슬로우 조깅처럼 살아가는 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너무 빠르면 주변을 놓치고, 너무 느리면 멈추게 된다."
그러니 적당히, 나만의 속도로.
슬로우 조깅의 장점은 많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세상을 좀 더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웃으며 운동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천천히, 가볍게 발을 뗀다.
느리게 뛰어도 괜찮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산책 같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