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밤새 휴대폰은 한 번도 소리 내지 않았다.
매 시간 정시마다 울리던 알림소리도 자정을 기점으로 더 이상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이 친절함인지 친절함이 아닌 지 헷갈렸다.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들어봤지?"
언젠가 순간포착이 불가능하다는 구식 카메라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의 고정된 시선은 카메라 렌즈처럼 반짝였다.
언제나 양보는 그녀의 몫이었다.
가끔씩은 그도 알고 있으리라 굳게 믿던 그녀다.
참고 배려하면 언젠가는 그런 그녀를 알아주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한참 뒤척이던 그녀가 아무런 기척도 없는데 눈이 떠졌다.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잠들었다는 기억이 없는데 눈이 떠져 약간 당혹스럽지만, 얼른 시계 대신 휴대폰을 찾는다.
7시 10분.
공교롭게도 7월 10일은 그의 생일이다.
어리석지만 그녀는 그것이 또 운명이라 믿는다.
그녀는 서둘러 문자를 보낸다.
아침부터 전화하면 집착한다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보다 그녀가 더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들킬 수는 없다.
또한 전화 벨소리로 곤히 잠들어 있을 그를 깨우는 일도 할 수 없다.
문득 그것이 친절함인지 친절함이 아닌 지 헷갈린다.
"흥, 기다림의 미학 따위."
애착과 집착 사이를 위태롭게 유영하던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침대에 던진다.
편히 잠들 수 없어 약간 피곤했지만, 휴대폰도 멀쩡하고 자존심도 멀쩡했다.
글/그림 : 마그론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