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뜨거워서 바로는 못 마시겠네.”
그녀는 활짝 핀 진달래색 매니큐어를 바른 긴 손가락으로 아메리카노를 휘휘 젓다가
지루해졌는지 구김 간 플라스틱 뚜껑을 쿡 닫는다.
커피가 찰랑거렸지만 넘치지 않은 것이 기쁜지 왼쪽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따사로운 햇살이 어깨까지 올라오는 창밖을 바라본다.
조금만 더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찌푸려지겠구나 싶어서 콧잔등을 꿈틀거린다.
“이런 날에는 자전거 앞에 꽃바구니를 단 채 달려가는 아가씨가 지나가야 하는데.
청순발랄, 그런 여자 좋아하잖아?”
그는 턱을 괸 채 푸념인 듯 수선을 떠는 그녀의 앞에서 아무 말이 없다.
조용한 재즈 선율이 너무 감미로워 시간이 살짝 멈추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눈을 감으면 스틸 사진 같은 그녀의 모습이 물에 닿은 수성 펜처럼 번질 것 같아
미간에 힘을 주고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그런데 왜 카페모카가 아니고 아메리카노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 같잖아.”
“응. 다이어트하려고."
그녀를 무릎에 앉히고도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던 풋풋했던 때가 생각이 나
풋-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그를 힐끗 째려보던 그녀가 말한다.
“뭐야? 비웃는 거야? 그래, 마지막이라 이거지?”
그는 그녀의 새침한 표정을 보자, 간신히 고백했던 때가 떠오른다.
밤새 준비했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거절해놓고,
풀 죽어 돌아가려는 그에게 왜 한번만 물어보고 그냥 돌아서냐고,
예의상이라도 한번은 더 물어봐야하는 거 아니냐고 외치던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워질 것 같아 그는 물 대신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할 걸. 다음부턴 그래야겠다.”
벌써 다음을 준비하는 그녀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그였다.
그러면서도 붙잡아야 할지, 쿨하게 보내줘야 할지 갈팡질팡 수십 번 고민했다.
글/그림 : 마그론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