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미니픽션

돌집

미니픽션

by Maguelonne

돌집

그녀가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는 약간 체념한 듯 짧은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린다.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대나무를 사용한 작은 카페가 시야를 가득 메운다.


“시원해 보인다. 들어갈까?”


테이블 위에 놓인 재떨이 역시 대나무를 잘라 만든 것이다.
그는 코와 목을 화악 뚫어주는 럭키 스트라이크 맨솔 담배 생각이 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독하게 끊었던 건데, 괜찮겠어?”


그녀가 가방에서 마일드 세븐 라이트를 꺼내어 흔들면서 계속 라이터를 찾는다.
그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그녀는 보지 못한다.
소리 내어 재차 의사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럭키 스트라이크 맨솔이 아니라서 싫다는 말이 구차하게 느껴지기도 해 꺼내지 않는다.


“당신! 마치 출입문이 없는 돌집 같아. 전부 돌이라 노크할 수도 없어.”




돌집.jpg




그는 하마터면 ‘허, 정곡을 찌르는군!’ 이라고 소리 낼 뻔 했다.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시원하게 들이킨 그녀가 입을 스윽 닦고 그를 노려본다.
턱을 괸 채 통유리 밖 세상을 관찰하던 그가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고

바로 앉아 그린민트카페모카를 한 모금 마신다.


“괜찮아. 그 사람이 떠나고 난 후, 더 이상 내 집에 찾아올 사람은 없으니까.”


그의 정확한 발음이 그녀는 소름끼칠 정도로 듣기 싫었으나,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깊게 남을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선 겨우 참는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허파를 자극해 이윽고 아슬아슬하게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나, 나는?”


심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눈동자에 맑은 눈물이 가득해 그의 형체가 심하게 일그러져 보인다.
그는 다시 한 번 괜찮다는 표현을 하려 했지만,

마땅한 제스처도 생각나지 않고, 그렁그렁 맺힌 그녀의 눈물이 방해하기도 해

삐걱대는 대나무 창문을 열듯 입을 연다.


“넌, 럭키 스트라이크 맨솔이 아니잖아.”




글/그림 : 마그론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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