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오늘도 혼자네요.”
볼이 통통해 귀염성 있는 얼굴인 바리스타가 덧니를 살짝 드러나게 웃으며 알은체를 한다.
그는 바리스타의 쌍꺼풀이 없는 눈매가 마음에 들어 인사를 하면서도 눈을 떼지 않는다.
만약 그녀와의 이별이 이루어진다면 이 바리스타의 존재도 한 몫 하리라 직감한다.
갓 볶은 원두를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분쇄기로 갈아 내리는 카페라며
그녀가 처음 소개한 곳이지만,
이제는 머리 복잡한 일이 있거나 지치는 일이 있을 때 그가 더 자주 찾는다.
바를 찾는 그녀와 달리 술을 못하는 그로서는 바 대신 찾게 되는 근사한 곳이다.
“인도네시아 자바지역 원두가 들어왔는데 그것으로 드릴까요?”
“추천인가요?”
네-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바리스타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원두를 내린다.
마치 그것을 마시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정해진 과정에는 막힘이 없다.
부드러운 재즈 선율이 구수한 커피 향과 함께 버무려져 절로 눈이 감긴다.
그녀는 사형선고처럼 더 이상 그에게 매력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이 그의 자존심을 깎는 말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으리라.
5년이라는 기간 동안 그가 ‘그녀’를 알아가듯, 그녀도 ‘그’라는 사용법을 터득했을 테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헤어짐을 준비하는 여자는 자신이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더욱 악독해진다는데,
정말인가요?”
어느덧 희고 예쁜 잔에 커피를 옮겨 담는 바리스타에게 그가 취한 사람처럼 묻는다.
하긴 실제로 취하긴 했다. 재즈와 커피와 그 크고 검은 눈동자에.
“모든 여자가 다 그렇지는 않죠.”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주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 손으로 잔을 들어 향을 맡는다.
내용물이 살짝 찰랑거릴 뻔했지만, 두 손으로 잡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나지 않는다.
그는 바리스타의 눈치를 살짝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한 모금 마신다.
“음, 목 넘기기 바로 직전에 달달한 맛이 나네요.”
“그것은 오래된 올드 빈이에요.”
“네? 생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린 빈이 더 좋은 것 아닌가요?”
“다른 지역의 원두는 보통 그렇지요.
그런데 인도네시아 소수의 지역에서는 이렇게 5년 정도 묵힌 원두를 쓰는데,
오래될수록 신맛은 사라지고 단맛은 남는 특이한 커피에요.”
바리스타의 진중함이 묻어있는 목소리에 약간의 흥분도 섞여있다.
순간 그의 아랫도리가 간지러워지자 급히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낸다.
발신자표시에는 친절하게도 하트모양 사이 그녀의 이름이 뚜렷하다.
글/그림 : 마그론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