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어느 계절을 좋아해요?”
그럴싸한 거짓이야기나 들었으면 싶다며 소설분야의 <새로 나온 신간> 코너를 둘러보면서
고개 들지도 않고 묻는 그녀의 얼굴을 그는 혹시 통화중인가 싶어 한참을 들여다본다.
“맞아요. 그 쪽에게 물어본 거.”
여전히 시선을 아래로 둔 채 관심거리를 양분하듯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운전 잘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인형처럼
매장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리듬까지 탄다.
남 의식하는 버릇이 결여된 그녀를 보며 그는 옅은 미소를 짓는다.
“음, 글쎄요.”
[잠시 후 다섯 시부터 정문에서 사인회가 시작되겠습니다. 개그맨이자 요리연구가인...]
장내 방송이 흘러나오는 틈을 타 자연스레 대답에 뜸 들인다.
그 동안에 그녀의 손에 들려진 책은 주르륵 수십 페이지가 넘어간다.
“생각해보니 어떤 계절도 좋아하지 않네요.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고.”
그제야 그녀가 고개를 들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본다.
살짝 머뭇거렸지만, 그는 익숙하게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그녀에게 눈짓을 한다.
서점을 나서자 대로가 나오고 그는 의식적으로 차도 가까이에 서서 걷는다.
그녀는 한달음에 도로변까지 달려가 가로수를 가리키며 소리를 높인다.
“이것 봐요. 거리의 가로수가 이렇게 푸른빛을 내며 온몸으로 봄을 표현하고 있는데,
애달픈 감정의 추억까지는 아니더라도 별다른 감흥이 없나요?”
“누군가와 1년만 같이 지내게 되면 그 사람과 모든 계절에 추억이 생기죠.
그럼 모든 계절이 좋아 어느 한 계절만 편애할 수 없고,
이별 뒤에는 추억이 된 모든 계절이 싫어 어느 한 계절만 찍어 용서할 수가 없네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살짝 눈을 감는 그의 옆에서
나란히 걷던 그녀가 마치 연인처럼 그의 손을 꽉 잡는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란 그가 눈을 떠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얼른 손을 뺀다.
그녀가 닿았던 그의 손에는 봄의 가로수에서 방금 뗀 것 같은 나뭇잎 한 장이 남겨져 있다.
“아까 보니까 나뭇잎에도 쓸 짧은 소설을 엽편소설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그 나뭇잎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서 들려주세요.”
글/그림 : 마그론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