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검사를 해보면 나는 항상 I로 시작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나는 내성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앞장서기보다 항상 뒤를 선호했다. 같은 교실에서도 친구가 되기 어려워했고, 다가와주기만을 기다렸다. 이러한 성향은 당연하게 내성적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활발하게 모임을 주도하기는 싫어했고, 혼자가 편했다. 한편으로는 내게 내향적이라는 말이나 평가들이 걱정이 됐다. 내향적인 성격이 사회에서는 도움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20대 중반까지 내성격이 콤플렉스로 느껴졌다.
그런 내가 내향적인 성격으로 영업을 해야 했다
사람들이 보통 생각할 때 외향적이어야만 하는 직업 영업. 대학생 시절부터 나는 상품 담당자(BM) 또는 마케터라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꿈을 위해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사무보조로 일했다. 당시 내가 속한 마케팅 팀장님은 내 간절한 목표를 듣고는 나에게 영업을 권했다. 영업을 알아야 마케터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그 말에 나는 흔들렸다. 대기업에서 마케팅 신입은 적게 뽑았고, 국내 소비재 대기업도 대부분 영업부서가 중심이었다. 이러한생각들이 나를 영업 지원서를 쓰도록 이끌었다. 눈 딱 감고 한번넣어보자는 마음이기도 했다. 더구나 0원에 가까워진 통장 잔고는 더욱 영업 직무 지원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다.
합격, 고민의 시작
그렇게 절박함과 흔들린 마음으로 쓴 자소서는 놀랍게도 합격소식을 가져왔다. 그 기세를 몰아 인적성 전형까지도 연거푸 합격했다. 합격소식도 잠시, 면접을 앞두고 걱정이 시작됐다. 합격을 위해 영업과 어울리는 외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인가. 나와 다른 외향적인 모습을 어필한다면 가식적인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면접관들이 분명 알아볼 텐데 하는 생각들이 계속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는 2번의 면접을 치렀다. 그리고 합격통보를 받았다. 얼떨떨한 마음,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다시 한번의 걱정을 안고 나는 첫 정규직 영업관리자가 됐다.
내향인의 영업 성과 132%
내향적인 내가 거래처에 영업하러 다녔다. 회사에 들어가자 팀장들도 내 성격을 파악하고는 불안해했다. 그래도 편하게 나를 배려해 준 선배들과 동기들의 도움으로 나는 영업을 시작했다. 1년간 수도권 전 지역 서울부터 문산, 광명, 하남까지 영업관리자로 다녔다. 혼자 차 안에서, 선배나 동기와 함께하며 나름의 영업 스킬을 키웠다. 그렇게1년이 지나 내 실적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간 목표 대비 132.0% 성과를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작은 거래처들이 많았고, 배려를 해준 주변인들이 있었어도 꽤 좋은 실적이라 평해줬다. 1년 만에 박차고 나왔지만 그때 다져놓은 영업 스킬, 성공 경험은 지금도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내향인과 영업에 대한 시각에 받치는 글
영업, 내성적(내향성) 이 두 가지는 사람들이 가장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MBTI의 I나 영업 직업 또는 직무는 나도 공감은 한다. 그렇기에 더욱 내가 겪은 영업 이야기나 성격을 알고 보면 신기하게 바라본다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래서 더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을 조금이나마 거두고, 더 넓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영업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영업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기존 영업관리자들에게는 편견을 갖지 말기를 바라는 당부를 전해주고자 이렇게 글을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