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내향인의 영업 면접은 누구를 설득한 것일까
면접 포기할까?
면접 불참까지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자기소개서를 쓰고, 인적성 시험을 준비했던 시간이 아까웠다. 일단 면접에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시 한번 마음을 먹었지만 쉽게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기업 최종면접 탈락 후 두 달 만에 얻은 소중한 기회였기에 놓치기는 싫었다. 면접 걱정보다 다른 고민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면접에 잘 보는 방법보다 내 마음이 더 어렵다
가장 큰 고민은 내향적인 성격이 영업에 맞느냐는 질문이었다. 대기업 마케팅팀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 팀장의 조언으로 썼지만 긴가민가 했던 마음이 남아있었다. 그 긴가민가 했던 마음이 면접이 다가오자 커져버린 것이었다. 그 마음상태는 자신감 부족과 내적 동기부여를 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영업을 편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활발한 외향형(E)처럼 보여야 합격하지 않을까, 그냥 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 머리는 복잡했다. 사실 내가 아닌 모습을 면접시간 동안 연기해야 할 것 같았고, 그렇다고 잘 연기를 해낼 용기는 없었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카페도 가보고, 시장조사를 한다고 여기저기 다녔다. 그러나 쉽게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면접을 잘 봐야 하는 내적 동기부여
누군가는 면접을 열심히 준비했던 시간에 나는 혼자 내적 동기부여와 싸웠다. 고민을 거듭했다. 영업 면접후기를 보며 어찌할까 찾아보기도 했다. 우연히 면접은 상대방에게 내 강점을 잘 인식시키는 마케팅일지도 모른다는 인터넷 글을 클릭했다. 글을 읽으면 내가 잘못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을 나는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피하지 말고 인정하고 내향인의 특징에서 나오는 장점으로 내세워보자. 다들 영업에 부합한 인상을 남기려고 할 것이며, 나는 다르게 가보자. 장점을 부각하면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소극적으로 나는 여러 환경을 탓하며 안될 생각을 먼저 더 크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달라야만 했다. 지난 면접들과는 다르게 나를 마케팅해 보자며 면접에 임하는 관점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나는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을 탓하지 말고, 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내가 혹시 모르는 영업으로의 강점이 내 논리와 맞을 거라며 내 마음을 다독였다. 그렇게 나는 내가 합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논리를, 내 강점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그 시작은 영업에 대한 정의부터였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영업을 잘할 수 있는 이유는 듣기다
"영업은 소통이다. 소통은 말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 듣는 사람도 필요하다. 잘 듣는 사람은 내향적인 나도 강점으로 갖고 있다. 즉, 영업을 나도 잘할 수 있는 잘 듣기고 챙겨준 경험과 능력이 있다."
나는 항상 말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기를 더 좋아했다. 이런 사람이구나 이해하는 것들을 즐겼다. 만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막상 만나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잘 기억하고 남들에게 챙겨주면, 이런 것까지 기억했냐며, 고맙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 이런 면접에 임하는 나만의 논리는 단순 면접용만은 아니었다. 나 스스로 영업을 잘할 수 있다는 나 자신을 설득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면접 당일, 떨리는 마음을 조절하며 면접장으로 향했다. 자기소개부터 잘 듣는다는 것을 강점으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잘 듣는 것을 바탕으로 주변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한 경험을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영업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반영해 주는 사람을 원한다. 윗사람, 동료 등에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부족한지 고민하는 것이 영업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어낸 1차 합격 통보. 합격한 즐거움을 즐기며 2차 최종면접을 준비했다.
생각이 많아서 이야기할 수 있었던 최종 면접 질문
최종면접은 임원진 면접이었다. 내향적인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할 것이라 예측하고, 면접을 준비했다. 1차 면접 자기소개 후 나는 잘 듣는 경험을 동일하게 듣고 같은 답변을 했다. 순탄하게 흘러갈 것 같은 면접에 예상밖의 질문이 들어왔다.
"다들 최근에 뭐 하셨나요?"
외국인 면접관이 말하고 통역이 설명해 준 질문에 면접자 모두 정적이 흘렀다. 나도 생각이 필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근에 한 일은 면접준비 외에는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마트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우편함에 넣은 아르바이트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답변의 내 차례가 왔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나눠주며 느낀 점들을 말했다.
저는 마트 전단지를 나눠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볼까 싶었던 전단지였는데, 왜 나눠주며 돈을 줄까 고민했습니다. 같이 함께한 마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전단지는 꽤 아직 효과적인 광고이며, 모든 영업사원들이 여기 넣으려고 애쓴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단지를 다시 보고 그 일이 가치를 다시 되새겼습니다. 전단지 한 장, 한 칸에 싣는 내 상품을 고민하며 영업하겠습니다. 조금은 얼토당토않을 수 있는 답변이었지만 면접관들의 눈빛은 합격을 통보해 줄 것 같은 기특함을 전달해 주는 듯했다. 무언가 되었다 싶었지만 괜히 허세 부려,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겸손해져야 된다 마음을 다잡았다.
면접 잘 보셨던데?
면접이 끝나고, 같이 면접을 본 사람 중 한 명이 나를 포함해 함께 면접을 같이 본 사람들에게 음료수 한잔하자고 제안했다. 근처 편의점으로 이동해 음료수를 구매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신상을 묻고 잘한 점과 마음에 걱정되는 점들을 서로 이야기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꽤 잘 말했다며 될 거라고 용기를 줬다. 그들의 말에 나는 힘이 났다. 만약 이번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다른 데에서 똑같은 강점을 강조할 수 있는 나만의 이유가 잘 설득된 것에 희망을 가졌다. 그전까지 겪었던 면접과 다르게 가장 뿌듯했고, 내 모든 것들을 보여준 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
며칠뒤 그 마음은 합격통지로 이어졌다. 영업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앞섰지만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면접을 준비하며 나 스스로 영업에 대해 자신감이 든 것 같았다. 그리고 합격통지를 받고 출근한 본사에서 음료수를 함께 나눠마신 3명이 보였다. 그래도 안면이 있어서 마음이 조금은 더 편했다. 그들과 함께해서 영업으로 시작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