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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 I의 영업팀 적응기

03. 나를 열어야 상대방 마음을 열 수 있다

by 임용
솔직한 이야기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내향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마음을 여는 것이다. 시간도 더 필요하고, 나름의 경계 또는 선이 존재하는 낯가림이 있기 때문이다. 경계를 풀기 위한 계기나 이유가 없다면 쉽지 않다. 나도 그런 경계를 갖고 있는 내향인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더라도 진심으로 마음을 툭 터놓고 회사생활할 동료를 만들기는 어려운 성격이다. 언제나 타인에 대해서 선을 긋고 지내는 내향인이니까.


적응에 좋은 근무 환경

이런 성향의 내가 영업직무로 회사에 입사했다. 출근 전날 걱정이 시작됐다. 거래처에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쭈뼛대며 거래처 근처만 서성일 것 같고 선배에게 어떻게 일을 배울지 사무실 출근 전까지 머릿속을 걱정으로 채웠다. 막막한 감정도 함께였다. 물론 내가 내향인이라서 걱정한 것이라 당시에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팀으로 배정받은 3살 많은 입사동기의 외향적인 형도 마찬가지 고민이었다고 했다.) 실적이 0원인 그래프와 겉돌며 선배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는 내가 상상했지만 일단 잠을 청했다.


나의 상상과 다르게 회사는 내게 적응에 좋은 환경을 줬다. 나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영업으로 육성시키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적응하도록 만들어놓은 팀에 속했다. 더구나 3살 많은 입사동기 형도 같은 팀에 배치됐고, 남자직원 중 가장 어린 선배를 사수로 받았다. 어린 선배가 잘 다져놓은 거래처를 내게 줘 영업목표도 높지 않아 압박도 적었다. 팀장을 제외하고 대리, 선배, 동기형 모두 편하게 해 주려고 신경도 많이 써줬다. 여러 가지 면에서 영업으로 적응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문을 닫았던 내향인의 마음 열기

그러나 나는 사람들과 선을 긋고 지냈다. 영업은 안 맞는 듯한 옷이라고 생각했고, 사회생활이니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싶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 지냈다. 그러나 거래처 인수인계를 받으며 함께 있는 시간이 꽤 길어졌다. 차로 이동 3시간, 점심, 거래처 인계 등 하루에 6시간은 붙어있었다. 차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선배가 겪었던 전에 속한 부서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부터였다. 선배의 억울함이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버텨내는 마음이 공감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어느 정도 갔다. 이러한 이야기에 나도 내 이야기를 나누며 영업이 맞는 옷인지 모르겠는 상황에 대해 털어놨다.


업무 교육을 목적으로 가끔은 가장 선배인 7살 많은 대리님과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진심으로 서울생활 적응에 도와달라는 요청에 선을 그을 수는 없었다. 퇴근 후 자주 같이 부동산을 들러 자취집을 알아보고, 저녁을 같이 먹으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점차 친해지고,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는 등 많은 시간과 경험을 함께했다. 이렇게 사회에서 만나도 마음으로 친해질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임들이 자기 고민을 털어놓거나 도움을 요청한 것처럼 사회에서도

마음을 열면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신입사원의 두려움을 살짝 낮춘 마음 열기

살짝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어린 시절 만났던 친한 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급속도로 친해진 것은 나이대가 비슷했던 것과 무엇보다 각자 어려움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털어놓았던 것이 시작점이라 확신한다. 내향적인 성격에 마음을 열어놓기는 아직까지도 어렵다. 사회생활에서는 더더욱 속마음을 털어놓는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 그러나 마음을 조금이나마 털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폭발적인 관계의 힘을 갖고 있는지, 또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꼭 두려워할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내향인에게 더 없는 좋은 환경에서 나는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입사원으로 받은 미션 수행을 앞두고 생각지 못한 갈등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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