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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화술을 대체하는 방법

06. 내향인도 영업을 잘할 수 있는 이유 - 옳은 방향의 준비성

by 임용
말발보다 거래처 마음을 움직이여야 한다


나도 말을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렸을 적부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기에 가질 수 없는 능력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못하고 싶지는 않아 나름의 노력을 했다. 아나운서가 쓴 책도 읽고, 입안에 바둑돌도 넣어봤다. 스피치학원까지 고민도 했고, 사람을 많이 만나면 해결될까 싶어 내 성격과 반대로 사람 많이 만나는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족할만할 정도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못한다는 말은 다행히 없게 됐다. 영업으로 일하는 입장이 되자 화술은 상대적인 부족함이 되었다. 말 하나에 실적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아 아쉬움이 있을 것 같았다.


중요한 건 거래처와 대화를 위한 사전 준비

그러나 입사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화술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 느꼈다. 정확히는 아니라는 것을 회사에서도 인정하고 주입시켰던 것 같다. 대신 강조한 것은 결국 비즈니스 거래는 Give&Take와 준비성이 중요했다. 내향인인 나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가르침이었다. 준비성에는 자신 있었다. 항상 많은 생각을 갖고 업무를 하기에 생각의 초점만 잘 맞는다면 영업을 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거래처를 인계받고 매일 차 안에서 여러 생각을 했다. 거래처의 고민, 어떤 말을 할지, 상대가 거부하면 어떤 대안을 내세울지 등등을 생각했다. 혼자 차 안에서 머리는 시나리오를 쓰고, 역할극을 하며 이미지 트레이닝했다.


뜸 들이기가 필요한 거래처와의 대화

이미지 트레이닝이 끝날 때쯤 차는 거래처 인근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나와 바로 거래처로 돌진하지 않았다. 10분 정도 뜸을 들였는데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었다. 또한 나름 주변 상권을 돌아보며, 지역정보를 알아내는 사전조사이기도 했다. 아파트 세대는 얼마나 되는지, 어떤 고객들이 사는지 체크했다.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 안에서 생각했던 이야기해 볼 영업내용들을 돌아봤다. 무엇을 영업할지, 어떤 제안을 하고 요청할지 생각했다. 마음을 다잡고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상담하지 않고 창고를 보며 한 번 더 말할 내용을 체크하며 한 번 더 뜸을 들였다. 보통 외향인들이 바로 들어가는 스타일이라면 나와 같은 내향인은 이러한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준비한 말하기의 한계

준비했던 내용을 가지고 거래처와 상담을 마치면 무언가는 얻어갔다. 준비한 내용의 80%만 이야기해도 성공이라는 생각이었기에 다 말하지 못해서 만족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준비에도 한계는 있었다. 거래처에서 예상치 못한 요구가 들어오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요구에 내가 부족한 준비가 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대응이 안되고 쳐내기 바빴다. 사실 예상치 못한 허용범위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했어야 했지만 사실 이는 미봉책이었다. 너무 남발해도 문제였고, 거래처와 소통에는 문제가 있을 것이 뻔했다.


진정한 Give&Take, 준비 = 역할전환부터

문제는 준비성의 방향 문제였다. 나는 의욕이 앞섰다. 말에 자신이 없으니 판매 준비를 열심히 했다. 그 준비는 오히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놓치고 있었다. 거래처에서 원하는 것은 단순히 제품이 아니었다. 같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법, 하나라도 더 눈길이 오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을 원했다. 이러한 고민의 대가가 내 실적과 연결되는 Give&Take였다. 그러나 나는 판매라는 목표만을 세워 추진하다 보니 의욕만 앞섰고 한계에 부딪쳤던 것이다. 내향인의 특성엔 스스로의 세계에 빠져버린 결과였다. 결국 내가 거래처 입장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즉, 역할전환을 통해 상대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이 준비성의 시작점이었다.


검토하겠는 대답 -> 대안을 제시하는 영업으로 전환

그래서 거래처를 가기 전 생각의 시작부터 바꿨다. 전에는 무엇을 어떤 이야기로 팔까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거래처는 어떤 고민을 할까부터 시작했고 필요한 자료들을 그 관점에서 준비했다. 그리고 거래처를 가면 고객은 늘었는지, 다른 업체의 행사는 효과가 어떠하였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나 무리한 요구가 오면 부담스러워하는 모습보다 원하는 이유를 묻고, 노력해 보고 다른 공격적인 영업제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진심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생존이라는 거래처의 고민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렇게 내 화술은 본능적인 능력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자세로 갖추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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